생활경제

“오사카 3박4일 일정 짜줘”…AI가 바꾸는 관광·면세 산업

장주영 기자

스태티스타 "글로벌 여행객 94%, AI 활용해 여행 일정 설계"

[사진=나노바나나 프로 2 생성]

[창간 21주년 각 산업별 스페셜 기획 - 2부] 2026년, AX혁신 전략 심층 분석 14회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오사카 3박4일 일정 짜줘.”

항공권과 숙소, 동선, 최적의 가격까지 수십 번의 선택이 필요한 여행 일정도 AI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소비 트렌드는 물론 산업 구조까지 재편되는 가운데, 여행사·면세점·호텔을 비롯한 관광 업계는 ‘고객 편의 강화’와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는 중이다. AI로 고객 취향과 예산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경로를 제안하거나 반복 노동과 물류 업무에 AI 로봇을 사용하는 등 업계 전반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7일 관광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유여행(FIT) 수요가 확대되며 여행 일정 AI 어시스턴트의 수요도 잇따라 급증하고 있다. 여행 일정을 스스로 짜는 소비자가 늘면서 복잡한 검색이나 상품 비교 과정을 AI에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전 세계 글로벌 여행자 3만73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94%가 AI를 활용한 여행 일정 설계가 유용하다고 답했으며 92%는 숙박이나 항공권, 티켓 등 가격 비교에 도움을 얻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아시아 여행객의 경우 74%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95%는 여행 일정마다 AI를 활용한다고 답변했다. 하루에 방문하는 주요 관광지가 5곳이라면 그중 4곳에서 AI를 사용하는 셈이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AI 여행 계획 짜기’ 관련 게시글과 활용법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AI가 추천한 일정대로 실제 여행을 다녀온 후기 콘텐츠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출발 전 AI로 동선을 짜봤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AI콕콕 플래너’ 서비스. [사진=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관광 업계는 AI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여행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AI콕콕 플래너’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과 일정에 맞춘 맞춤형 AI 여행 코스를 추천하는 중이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정 비교·설계 과정을 AI가 대신하며 여행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여행 기업들도 AI 서비스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멀티 AI 에이전트 서비스 ‘하이(H-AI)’를 앞세워 FIT 고객 공략에 나섰다. 사용자가 희망 국가와 예산, 여행 스타일 등을 입력하면 맞춤형 동선을 추천하고 플래너 기능을 통해 일정 설계부터 예약·관리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서비스다. AI 기반 자유여행 편의성 강화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하나투어의 올해 1분기 FIT 이용객 수는 약 148만명으로, 202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면세점과 호텔도 AI를 사용한 고객 편의 강화와 서비스 고도화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점에 AI 피부 분석 체험 요소를 도입해 고객 피부 상태에 맞는 뷰티 상품을 추천하며 콘텐츠 차별화는 물론 상품 추천 편의성까지 개선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LG전자 스마트팩토리와 협력해 AI 기반 지능형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면세품 인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면세품 준비 시간을 줄이고 물류 효율을 높여 고객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자료> 스태티스타(Statista)

롯데호텔은 AI 휴머노이드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호텔에서는 로봇이 짐 운반과 간단한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직원들이 고객 응대와 경험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더해 호텔 업계는 추후에도 고객 소통 자동화나 챗봇, 객실 내부 서비스나 예약 서비스 등으로 점차 AI 활용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스태티스타가 글로벌 호텔 171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44%가 고객 커뮤니케이션 자동 응답 영역에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40%는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16%는 맞춤형 예약 서비스에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49%는 향후 2년 내로 AI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관광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면세점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 구매 중심에서 온라인 사전 주문 후 공항 수령 형태로 이동하면서 물류 효율성과 편의성 강화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연구소장은 “면세점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구매보다도 온라인 면세 구매 후, 공항에서 면세품을 인도받는 형식으로 쇼핑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물류 부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이 소장은 “면세점 또한 여타 산업과 같이 AI를 내제화하는 단계로 돌입하고 있다”며 “물류나 체험 등 접목 부문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며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적용시켜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시장에서는 향후 AI가 여행 추천을 넘어 예약, 현지 이동, 쇼핑, 사후 리뷰까지 연결하는 개인 맞춤형 여행 비서 역할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저마다 개별적인 AI를 선보이며 소비자 경험을 끌어올렸다면, 각 기업의 AI를 합친 ‘여행 전문 AI 에이전트’의 등장도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누가 먼저 더 정교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남호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공급자인 기업이 각각 AI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용할 메리트가 없어, 소비자를 위해 모든 일정 비교화 가격 분석을 수행해주는 AI에이전트는 꼭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 교수는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숙박과 항공권 티켓을 찾아달라는 명령어만 내리면 여러 사이트를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돼, 소비자는 물론 여행사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