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평행선에 총파업 임박…삼성전자 사장단도 "조건없이 대화" 요청

삼성전자 노조 투쟁 결의대회. [사진=옥송이기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화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측이 추가 대화를 위해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으나 노조 측이 이를 거부하며 파업 종료 이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여파다. 이에 파업 전 물밑 협상 가능성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오후 노사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직접 수습에 나섰다. 사장단은 "저희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로 국민들과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삼성전자 사장단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장단은 현재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내부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며 "현재의 경제상황과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노조와의 대화 의지도 밝혔다. 사장단은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하며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조에도 국민 우려와 국가 경제를 고려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사장단 명의의 사과문이 나온 것은 총파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성과급 제도화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데다, 노조가 파업 종료 이후 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측 내부에서도 실제 쟁의행위 돌입 가능성을 무겁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5일 노조 측에 발송한 공문에서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당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재원을 영업이익 10%와 경제적부가가치(EVA) 중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협상 타결을 위해 다시 만나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노조는 사측 공문에도 오는 21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노조측이 요구했던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가 일부분만 적용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은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측 입장에 대해 "6월 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잘 이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6월 7일은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종료일이다. 최 위원장은 또 "우리에게 보낸 공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교섭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6월에 하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 총파업이 실시 될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반도체 산업 내 파장이 작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운영된다. 특히 웨이퍼 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장기간 공정이 이어지는 만큼 특정 구간에서 작업이 중단되면 단순히 해당일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공정 중단이 웨이퍼 손상이나 품질 문제로 이어질 경우 파업 종료 이후에도 생산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총파업을 앞두고 비상관리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파업 현실화 시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고객사 신뢰 저하, 납기 차질, 글로벌 공급망 내 불확실성 확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첨단 메모리,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측에서도 긴급조정권을 본격 거론하는 모습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대로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긴급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엑스(X, 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니 안타까움과 걱정을 금할 수 없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긴급조정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노동 3권을 직접 제한하는 수단인 만큼 실제 발동 시 노동계 반발도 불가피하다. 반도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 장관이 긴급조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이번 사안을 산업·경제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화다.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존 OPI 체계는 유지하되 별도 특별보상 제도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성과급 배분 원칙을 보다 명확한 제도로 고정하는 것이지만, 사측은 경영 환경과 사업부별 상황을 감안한 유연성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한편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 측은 최대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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