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장바구니 알아서 채워주는 AI…‘발견형 소비’ 시대 성큼

왕진화 기자

유통의 경쟁은 더 이상 상품의 종류나 가격에 머물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경쟁의 핵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통업계는 인공지능(AI)을 통해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선택’을 대신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통과 소비재, 여행 산업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소비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조망합니다.<편집자 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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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해 수십 개의 검색어를 입력하던 ‘목적형 쇼핑’ 대신 AI와 대화를 나누며 취향을 발견하는 ‘발견형 쇼핑’이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동시에 유통업계에서는 단순 쇼핑 서비스를 넘어 AI 인프라와 데이터 생태계까지 선점하려는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단순 추천 서비스를 넘어 상담과 결제, 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AI 에이전트’ 도입에 속도를 내며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자체 AI 생태계 확보 움직임까지 이어지며 유통업계 AI 경쟁이 서비스 영역을 넘어 인프라 단계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올해 1분기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인터넷 사용자 2090명 중 18%가 쇼핑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22%에 달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AI 기반 탐색·추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경험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업계는 최근 AI를 단순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닌 핵심 성장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 AI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인 250M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IT 투자 차원을 넘어 향후 AI 커머스 경쟁의 기반이 될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는 상품 소싱과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 유통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리테일 AI 풀스택(Retail AI Full-Stack)’ 전략도 함께 추진 중이다. 고객 맞춤형 추천과 물류 효율화를 동시에 구현해 기존 오프라인 중심 유통 모델을 AI 기반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단순 쇼핑 서비스 고도화를 넘어 ‘이마트 2.0’으로 불리는 AI 유통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최근 유통업계 AI 전략은 단순 ‘검색 정확도’ 개선을 넘어 소비자의 탐색 피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 정보를 비교·분석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취향과 구매 이력, 가격 민감도, 선호 브랜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먼저 제안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결국 구매 전환율과 체류 시간, 재구매율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도 유통업계 변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챗봇 수준을 넘어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상품 추천과 스타일링, 선물 제안, 여행 일정 설계까지 수행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상품 설명과 마케팅 문구 제작, 라이브커머스 콘텐츠 기획, 고객 응대 자동화 등 운영 전반에도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동시에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GPU와 데이터 처리 역량 확보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과 상황을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쇼핑보다 AI와 대화하며 추천받는 방식이 훨씬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유통 플랫폼 경쟁이 ‘누가 더 많은 상품을 보유했느냐’보다 ‘누가 더 정확하게 소비자의 취향과 상황을 이해하느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보 과잉 시대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선택지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지를 빠르게 찾아주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AI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판매사원이자 개인 쇼핑 비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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