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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문화人] 연극 ‘바냐삼촌’ 이서진 “나영석PD도 현실적·현대적이라며 공감해”

조은별 기자

배우 고아성(왼쪽)과 이서진 [사진=LG아트센터]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나영석PD가 극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처음엔 ‘형 요즘 흔한 막장드라마네’라고 했어요. 막상 작품을 보고 나서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현대적이라 공감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죠.”

지난 7일 개막한 연극 ‘바냐삼촌’으로 첫 연극무대에 도전한 배우 이서진은 방송가의 소문난 절친 나영석PD의 관람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서진은 13일 오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공연 둘째 날 나PD가 제작진들과 함께 관람했다”며 “100년 전 희곡이라 올드하고 무거울 줄 알았는데 즐겁게 봤다고 하더라. 물론 내게는 ‘역시 형은 아무것도 안했네’라는 독설도 빼놓지 않았다”며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바냐삼촌’은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가 원작으로 평생 매형을 뒷바라지한 중년 사내 바냐의 권태와 무기력함을 그린 작품이다. 189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초연 후 130여 년 동안 끊임없이 공연됐던 이 작품은 연극 창작집단 양손 프로젝트의 배우 겸 연출가 손상규가 연출을 맡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연극 ‘바냐 삼촌’의 한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이서진은 극 중 죽은 여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코프 교수의 성공을 위해 어머니, 조카 소냐와 함께 헌신적으로 영지를 관리하는 바냐를 연기했다. 바냐는 매제가 젊고 아름다운 새 아내 엘레나와 영지에 온 뒤 그의 실체를 알게 되자 자신의 삶이 무의미했다는 허탈감에 빠진다.

‘바냐삼촌’에 출연하기 전까지 이 작품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이서진은 바냐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현대 중년 남성으로서 바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내 삶도 바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조카와도 사이가 돈독하다. 고전을 통해 현대극이 만들어졌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석한 소냐 역의 배우 고아성은 “작품을 하면서 MBTI가 ‘T’인 서진 선배님을 울리는 게 목표였는데 연습할 때마다 매 번 눈물을 흘리곤 하신다”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서진은 “갱년기라 눈물이 많아졌다”고 머쓱해 했다.

두 사람 모두 연극 무대는 처음이지만 30년 연기 내공으로 ‘신인’답지 않은 무대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 이서진은 “연기를 처음 시작한 90년대엔 ‘메소드 연기’란 표현을 많이 썼다. 하지만 나는 ‘메소드 연기’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 캐릭터가 되기보다 캐릭터를 가져와 나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여겼다. ‘바냐삼촌’ 역시 내 방식대로 대사를 읽으니 연출이 너무 좋아하며 ‘그 말투 그대로 가자고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연극 ‘바냐 삼촌’의 한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아역배우로 데뷔한 고아성은 “배우들 사이에서 체호프 작품이 가장 어렵다는 얘기가 있는데 손상규 연출이 워낙 베테랑이다보니 내가 모자란 부분을 다 잡아주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두사람의 열연 덕분에 ‘바냐삼촌’에 대한 객석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바냐삼촌’이 데뷔작이다 은퇴작이라고 공언했던 이서진은 “무대에서 관객의 호응을 접하니 힘이 난다. 너무 많이 웃어줘서 내가 개그맨이 된 듯한 느낌이지만 원동력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 작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못박았다.

고아성은 “연습 때 이 작품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비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듣다보니 희극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바냐 삼촌’은 31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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