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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AI, 생각하는 용광로…중후장대 산업 공식 바뀐다 [창간 21주년 특집]

최민지 기자

[사진=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자동차는 달리는 인공지능(AI) 컴퓨터로 진화하고 디지털트윈이 적용된 조선소에서 선박이 건조된다. 제철소에서는 AI가 용광로 내부 상태를 예측하고 방산 분야에서는 AI 기반 전장 시스템이 무인화 흐름을 앞당기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 전반에서 제조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굴뚝산업 경쟁력이 대형 설비와 숙련된 인력에서 나왔다면 이제는 AI 역량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넘어 혁신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제조업 중요성이 다시 커지면서 주요 국가도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이 제조업 부활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제조업은 세계 무역 80% 이상을 차지하는 외화 획득 원천이자 공급망 전반에서 일자리와 고용을 창출하는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이에 각국은 디지털전환과 AI 지능화를 기반으로 제조 역량 강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AI 기반 자율제조 구현 체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처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변화하면서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가 떠오르고 있다. 달리는 컴퓨터를 넘어 달리는 AI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생산 현장도 피지컬AI 실험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 미국 조지아 공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품 정렬 등 단순 작업부터 시작해 점차 복잡한 조립 공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움직이는 AI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면 철강 산업은 AI 용광로로 진화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고온·고압·대형 설비가 결합돼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생산 차질과 품질 저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숙련 작업자 경험이 중요한 산업으로 꼽혀왔지만 AI가 이들의 판단을 데이터화해 공장 전체 운영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이미 고로 조업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시간마다 쇳물 온도를 확인해야 했지만 생산 공정에 AI 시스템을 도입한 후에는 센서들이 용광로 상태를 분석해 상태 제어를 지원한다. 제철소 현장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인 '스팟'이 배치됐고 페르노사AI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로봇 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 브릴스에 7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생산뿐 아니라 안전관리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한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위험성 평가 등 안전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관련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3월에 열린 제58기 주주총회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부분에서 AX(AI 전환)을 많이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AI·로봇 기술을 접목한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구현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방산 산업 경우 AI가 무기체계와 전장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병력 감소와 무인체계 확대 흐름 속에서 AI가 미래 전장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주요 국가 움직임도 분주하다. 실제로 미국 전쟁부는 올해 1월 'AI 우선(AI-First)' 부대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도 스마트 첨단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AI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과 LIG D&A·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업계는 유무인복합체계(MUM-T)와 자율무기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정찰·감지·타격체계부터 무인수상정·수중드론까지 자율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무인차량과 로봇에 AI 지휘통제 운영체계를 적용하고 AI 기반 자율무기와 무인기·유무인복합 공중전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AI는 단순 보조 시스템이 아니라 미래 전장에서 판단 속도와 생존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조선업 역시 AI 전환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조선소는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으로 꼽힌다. 선박 크기가 거대한 데다 공정이 복잡해 자동차 공장처럼 정형화된 자동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용접·배관·검사·물류 등 대부분 공정에서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조선업 역시 인력 부족과 고령화, 안전 문제에 직면했다.

궁극적으로 조선업계는 '스마트 조선소'를 그린다. 디지털트윈으로 조선소와 선박 건조 과정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AI가 생산 계획과 공정 흐름을 최적화하는 한편 협동로봇과 용접로봇은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맡는다는 청사진이다. 관련해 HD현대는 AI를 그룹 핵심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HD현대는 그룹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HD한국조선해양 내 AI 전담 조직을 AIX추진실로 격상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를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지난해 단행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2025년 11월 열린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HD현대는 AI에 진심이다.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눈에 보이는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속도는 우리가 앞서가야 한다"며 "미래 선박 건조 현장은 AI 기술의 활용도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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