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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배터리 반값에 사서 매달 구독료 지출…'전기차 캐즘 돌파 카드' 될까

윤서연 기자

아이오닉5.[사진=현대자동차]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구매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소유권에서 분리해 초기 비용을 낮추는 배터리 구독 실증에 나선다.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만 판매해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구독료가 추가되는 만큼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는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보증기간이 끝난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 사업에 돌입한다. 배터리 소유권은 현대캐피탈이 보유하고 소비자는 차량만 구매하는 구조다. 이용자는 월 구독료를 내고 배터리를 사용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전기차 차체·배터리 소유권 분리 등록’ 특례가 허용되면서 가능해졌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배터리가 차량 부품으로 간주돼 소유권 분리가 불가능했다. 국토부는 최장 4년 실증 기간을 두고 성과 입증 시 법령 정비를 거쳐 제도권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수도권 법인택시 아이오닉5 5대를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한다. 사용 중인 배터리를 반납하면 다른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부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초기 구매 비용 절감이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40% 수준이다. 아이오닉5 기준으로는 배터리를 제외할 경우 차량 가격이 약 2000만원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전기차 최대 고민으로 꼽히는 배터리 성능 저하와 교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배터리 열화에 따른 중고차 감가 부담을 소비자가 아닌 구독 사업자가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이 구조가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실증하는 법인택시는 특성상 하루 주행거리가 길고 배터리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반면 일반 소비자는 연간 주행거리가 낮고 차량 보유 기간도 제각각이다.

특히 차량 구매 시 장기 할부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매달 지출되는 배터리 구독료가 추가적인 유지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독 기간이 길어질수록 최종 지불 비용이 커지는 탓에 ‘가전 구독’ 같은 장기 할부 시스템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구독료가 월평균 2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월 구독료가 20만원 수준일 경우 1년이면 240만원, 5년이면 약 12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차량 할부금까지 더해진다면 실제 총소유비용(TCO)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가격이 낮아졌더라도 장기적으로 총소유비용이 정말 줄어드는지가 핵심”이라며 “배터리 교체 조건이나 중고차 승계 구조 같은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토부 또한 “일각에서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초기 구매 비용 절감 대신 월 사용료를 내눠내는 ‘조삼모사’식 금융기법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며 “리스사가 배터리를 회수해 재이용함으로써 배터리 잔존가치만큼 소비자 구독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월 20만~25만원 수준의 배터리 구독 요금이 책정된다면 연간 1만4000~2만㎞ 정도 주행하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보증 기간 종료 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배터리 교체 비용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는 것인데 구독을 이용하면 제작사가 배터리 상태를 관리하고 교체를 지원해준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구독 서비스가 제작사 수익 중심이었다면 이번 모델은 실질적으로 판매 가격을 낮춰 혜택을 늘리는 사용자 중심 성격이 강하다”며 “전기차 보급이 정체된 캐즘 구간에서 배터리 가격을 제외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은 전기차 저변 확대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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