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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zip] 소원을 이뤄준다?…관악산 연주암 템플스테이 가보니

장주영 기자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여행지를 익숙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폿부터 키덜트 취향을 채워주는 숨은 명소, 역사적인 문화 공간까지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여행지의 핵심만 가득 담아 압축할 테니, 어디서든 가볍게 꺼내 읽어보세요! <편집자 주>

관악산 연주암 모습, 방문객들로 붐빈다.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관악산에 가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

올해 초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관악산이 ‘소원 명당’으로 언급되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 5월 황금연휴 기간에는 관악산 정상 ‘연주대’에 인파가 몰리며 한때 입장 통제 조치까지 내려지며, 관악산 곳곳에 경찰이 주둔하기도 했다. 실제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관악산’ 관련 키워드를 포함한 SNS 게시글은 5월 연휴 기간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전년 동기 대비 86% 가까이 증가했다.

이 여파는 연주대 아래 자리한 천년 고찰 ‘연주암’으로도 이어졌다. 연주암 종무소 측은 “방송 이후 중년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대거 몰리고 있다”며 “특히 연주암 템플스테이는 예약 문의가 급증하며 일부 일정은 오는 7월까지 사실상 예약이 마감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소원을 이뤄준다는 소문에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관악산 연주암과 연주대,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방문하고 체험해 소개한다.

◆서울 한복판 ‘천년 고찰’…연주암의 숨겨진 이야기

연주암은 해발 629m 기암절벽 위에 자리한 연주대와 함께 관악산 대표 명소로 꼽힌다. 사찰은 677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를 입증할 만한 직접적인 사료는 남아있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연주암 3층 석탑이 고려 후기 양식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 고려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오래된 고찰로 추정된다.

연주암과 연주대의 이름을 둘러싼 유래도 흥미롭다. 한 설에 따르면 고려 말 충신들이 망한 고려 왕조를 그리워하며 이곳에서 송도를 바라봤다고 해 ‘연주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설은 조선 태종의 장남 양녕대군과 둘째 효령대군 이야기다. 세종에게 왕위를 넘기려는 태종의 뜻에 따라 두 왕자가 관악산에 들어와 수행했고, 이후 이들의 사연을 기리며 관악사와 의상대를 각각 ‘연주암’과 ‘연주대’로 부르게 됐다는 내용이다.

지금의 연주암은 SNS에서 ‘라면 맛집’으로 유명한 사찰이기도 하다. 대웅전 앞 마당에서는 컵라면이나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판매하는 매점이 자리잡고 있다. 라면 취식 장소는 종무소 사무실 건물 대청마루. 등산객들이 대청마루에 앉아 수분을 보충할 오이나 이온음료와 함께 컵라면을 곁들여 먹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관악산 연주대 팻말 근처에 사람이 몰려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 ‘소원 성지’ 된 관악산 연주대…사진 찍으려는 MZ로 가득

기존에도 연주대와 연주암은 수험생과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기도 명소’로 유명했다. 최근에는 방송과 SNS 영향까지 더해지며 2030 세대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 관악산 정상은 늦은 오후에도 연주대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젊은 등반객들로 붐비며,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등반로를 따라 길게 늘어져 있었다.

온라인에도 관악산 정상과 연주암을 다녀왔다는 인증 게시글이나 후기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관악산 정상에서 만난 조모씨(27·서울시 관악구)는 “최근 SNS에서 유행이기도 하고, 관악산까지 힘들게 등반해 소원을 빌었다는 걸 인증하고 싶었다”며 인스타그램에 관악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고 밝혔다.

템플 스테이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2030세대로, 중노년층보다는 젊은 세대에서 큰 호응을 이끌고 있다. 연주암 종무소 측은 “65세 이상의 중노년층의 경우는 안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오히려 젊은 방문객이 더 많이 찾는다”며 “내국인은 물론 젊은 세대의 외국인 관광객도 단체로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 저녁 예불·108배·차담…비워낸 만큼 채우는 시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저녁 예불과 차담, 108배 구슬꿰기다. 산사에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와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하는 경험은 바쁜 도심 생활에 지친 참가자들에게 색다른 쉼을 준다는 평가다.

스님이 직접 우리는 녹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차담’ 시간도 인기다. 참가자들은 취업,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단순한 일상 이야기까지 연주암의 주지 탄무스님에게 자유롭게 털어놓는다.

108배와 함께 염주 구슬을 꿰는 체험 역시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절을 하며 하나씩 구슬을 꿰는 고행이 생각을 비워내고 마음을 채울 수 있어 일종의 명상처럼 느껴진다는 후기도 많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모씨(32·영등포구)는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서 쉬는 것보다, 108배를 하거나 예불에 참여하는 등 고행을 통해 마음을 비워낼 수 있었다”며 “핸드폰을 사용할 틈도 없이 모든 순간을 휴식과 수행으로 채워갈 수 있어서 보람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악산 연주암 템플스테이 참가자만 탑승할 수 있는 케이블카. [사진=장주영 기자]

◆ 템플스테이 참가자만 가능한 ‘관악산 케이블카’ 체험

연주암 템플스테이는 일반객은 탑승할 수 없는 케이블카를 타고 시작된다. 일반 등산객들은 가파른 산길을 따라 직접 걸어 올라가야 하지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관악산 정상까지 단숨에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체험할 수 있다.

케이블카는 방송국 기상 관측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사찰 내 스님과 관계자, 템플스테이 참여객 등만 탑승 가능하다. 15분 내외의 짧은 시간이지만 오직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데다 가파른 돌산을 힘들이지 않고 한 번에 오르고 내릴 수 있어 특별하다는 반응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관악산 능선과 도심 풍경도 인기 요소다. 척박한 돌산에서도 피어난 봄꽃과 푸릇한 녹음이 바다처럼 펼쳐진 전경을 공중에서 조망할 수 있다.

장주영 기자
jyjang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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