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조선업 발목 잡은 인력난…K-조선은 AI 기반 '자율 조선소'로 승부수 [산업AX파일]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인공지능 전환(AX)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AI는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경쟁력 판도를 바꾸는 흐름입니다. 이같은 'AI 대전환'에 주목하며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공정·품질·안전 등 산업 현장 전반으로 AI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산업AX파일>을 통해 AX 시대 제조업 현재와 변화 방향을 따라가봅니다. <편집자주>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스태티스타 "한국 조선업 종사자 8년 새 절반으로 감소"…현장 인력난 심화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선박 발주와 수주가 급증하며 글로벌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때 전 세계 조선업계를 선도했던 일본은 오늘날 인력난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며 경쟁력이 약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인공지능 전환(AX)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을 도입하며 인력난 돌파에 나서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최근 4년 연속 감소했다.
일본선박수출조합 자료에 의하면 2025년 수출선 수주량이 893만총톤(GT)으로 2024년보다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척수 역시 2024년 251척에서 2025년 186척으로 30% 줄었다.
업계에서는 일본 조선업 침체의 핵심 원인으로 심각한 인력 부족을 꼽는다. 조선소 도크(선대)가 이미 2029년까지 수주 물량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지만 추가 물량을 소화할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상황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2015년에는 약 233만7000명에 달했지만 2023년에는 약 127만3000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숙련 인력 부족과 현장 고령화 문제는 국내 조선업계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 조선소' 구축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 AI가 용접·운반까지…HD현대,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 속도
대표적인 사례가 HD현대의 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다.
HD현대는 조선소 전 공정을 데이터로 통합하고 AI가 스스로 판단·운영하는 '미래 첨단 조선소'(FOS)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사람이 일일이 판단하고 지시하던 작업을 AI와 로봇이 실시간으로 분석·보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조선소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디지털 공장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핵심은 디지털 트윈 기술과 피지컬 AI의 결합이다. 여기에 디지털 매뉴팩처링을 더한 3대 기술을 HD현대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먼저 설계 단계에서 실제 선박과 똑같은 가상 공간을 만드는 디지털 매뉴팩처링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실제 건조 전에 공정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문제를 사전에 찾아낼 수 있다.
이후 디지털 트윈 기술이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로서 현실과 가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최적의 작업 순서를 제안하는 등 공정 전반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현장에서는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가 용접이나 운반 같은 작업을 수행하며 돌발 상황에도 스스로 대응한다. 사람이 부족해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다.
HD현대는 현재 전남 목포에 조선 협력업체를 위한 AX 실증센터를 구축해 현장 적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조선업 특화 AI 모델도 개발 중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경쟁력이 단순 수주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를 만들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수주 잔량에서 중국은 71%를 차지하며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 중인 반면 한국은 1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력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산 혁신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HD현대는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이 단순한 생산성 개선을 넘어 국내 조선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X) 표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태진 HD현대 전무는 "디지털 트윈은 10년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공장이나 기업 전체를 하나의 디지털 체계로 구현한 사례는 아직 없다"며 "이번 시도를 통해 HD현대가 조선 제조업 전반의 표준을 만들고 나아가 우리나라 조선 제조업의 DX 표준 구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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