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조선이 피지컬 AI 최대 난제…답은 현장 암묵지 해결"

구아현 기자

김영옥 HD현대 AX총괄 상무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KOREA 2026'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구아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구아현 기자] "배 한 척이 나오는 데 1년 반에서 2년이 걸립니다. 휴머노이드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작업, 가장 난제가 바로 조선 분야입니다."

김영옥 HD현대 AX총괄 상무(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KOREA 2026'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세미나에서 조선업을 피지컬 AI의 최대 난제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상무가 조선을 난제로 꼽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자동차는 프레스로 찍고, 차체를 만들고, 도장하고, 의장을 넣으면 8시간 만에 한 대가 나온다. 반면 배는 컨베이어 벨트로 찍어내는 구조가 아니다. 거대한 블록을 하나하나 조립하고 용접해 통합하는 과정을 1년 반에서 2년에 걸쳐 반복해야 한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구조물 중 가장 크고, 공정도 가장 복잡하다. 김 상무는 "공정에서 배에 대해 사람들이 수작업으로 작업하는 가운데 지능화된 휴머노이드가 있지 않으면 경쟁력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현상이 있어 피지컬 AI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력 문제까지 겹친다. 10년 후면 조선소 현장 인력의 30%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가 숙련 기술자들의 노하우를 AI로 디지털 자산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김 상무는 "50년 이상 쌓아온 현장의 암묵지와 명장 데이터를 AI로 디지털 자산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준비"라며 "저희가 원가 경쟁력, 가격 경쟁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저희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AI 기반으로 융합해 기술 격차를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는 2022년 9월 김 상무 취임 직후 AI센터(AIC)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AI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AIX 추진실을 CEO 직속으로 격상했다. 현재는 2026~2029년을 겨냥한 2단계로, AIX 전환과 피지컬 AI 실현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의 AI 전략 핵심은 조선·중공업 도메인에 특화된 'ASI(Agentic Specific Industry)'다. 범용 AI가 아닌 현장 밀착형 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한다. 김 상무는 "연구를 위한 연구는 하지 않는다.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AI, 직접적으로 현장에 쓰이는 부분에 효과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적용 중이거나 개발 중인 주요 에이전트는 블록 이동·적치를 최적화하는 '블록 적치 예측 에이전트' ▲선박 한 척당 배선 경로를 자동 최적화하는 '케이블 라우팅 에이전트' ▲CAD 설계 자동화와 도면 데이터 통합을 지원하는 '편집 설계 에이전트' ▲계약 협상 문서 검토·회신안 작성을 자동화하는 'MOM 에이전트' ▲17개국 외국인 근로자 소통을 위한 '다국어 소통 에이전트' ▲수백 대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하는 'HiCAMS 안전 관제 시스템'이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블록 적치 예측 에이전트는 날씨·설비 고장 등 생산 영향 요인을 자동 반영해 블록 스톡 예측 정확도 90% 이상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케이블 라우팅 최적화만으로 선박 한 척당 30~4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김 상무는 "AI를 테크 관점에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제조 현장에 적용돼 융합되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 되고 하나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로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MOM 에이전트는 계약 협상 단계에서 문서 검색·검토 작업을 자동화해 2026년 검색 정확도 90%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한다.

HD현대 조선소에는 17개국 1만 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한다. 잘못된 의사소통은 낙상·매몰 등 인명사고로 직결되는 만큼, 조선 전문용어와 사투리까지 학습한 다국어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김 상무는 "단순 번역기가 아니다. 안전 관점에서 이 사람이 잘못하면 바로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선 특화 외국인 에이전트를 만들어 이미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항 단계에서는 탄소 배출 최소 항로를 추천하는 자율 경제 운항 솔루션 'OceanWise'가 상업화돼 판매 중이다. 하루 연료비만 1억 원에 달하는 대형 선박의 최적 항로 하나가 수억 원의 비용 절감과 탄소 패널티 감소로 직결된다. 김 상무는 "빨리 가는 루트를 찾는 게 아니다. 기름이 가장 적게 드는 길, 태풍을 피하는 안전 루트, 혼잡도를 피하는 길, 이런 것들을 AI 기반으로 분석해 실제 상업화해서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계 분야에서는 지형을 스스로 인지해 작업하는 무인 굴착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김 상무가 제시한 최종 목표는 'K-제조 AI OS', 즉 'Factory OS'다. 선박이라는 제품 수출을 넘어 제조 현장 운영 전체를 소프트웨어로 패키징해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다. 그는 "과거 제품을 수출했다면 이제는 K-제조 AI OS, Factory OS라는 소프트웨어가 국가와 회사의 수출품이 되면서 국부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아현 기자
ahye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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