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구독료 급증하는데…“통신요금 인하 중심 정책 한계”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훈기 의원(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민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통신요금 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말기 할부금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공지능(AI) 서비스 구독료까지 가계통신비 부담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단순 통신요금 인하만으로는 국민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AI 서비스 구독료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모든 LTE·5G 요금제에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포함하고 요금제를 통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요금제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데이터 소진 이후에도 최소한의 인터넷 이용을 보장해 기본 통신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717만명의 이용자가 연간 약 3221억원 규모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토론회 참석자들은 실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본 통신권 보장이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일부 이용자 부담을 완화하는 수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발제자로 나선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겸 ICT대연합 초대 사무총장은 “숫자만 보면 상당히 큰 정책 효과처럼 보이지만 실제 체감 통신비 인하 효과는 정부 발표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계가 실제로 덜 내는 금액과 정책상 절감 효과로 계산된 금액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이동통신 회선 약 5500만개 기준으로 환산하면 정부 발표 기준 절감 효과는 1인당 월 약 488원 수준”이라며 “핵심 수혜층인 데이터 헤비 이용자는 월 5000~1만5000원 수준의 절감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겠지만, 일반 이용자는 월 500~2000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통신비 부담을 단순히 이동통신 요금 중심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OTT와 AI 서비스 구독료 등 디지털 서비스 이용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계통신비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정보통신비 총지출액은 16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특히 AI 서비스를 포함한 기타 영상·정보 관련 서비스 지출은 같은 기간 33.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통신비 부담의 중심이 더 이상 통신요금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박 조사관은 “국내 신용카드 기준 AI 서비스 결제 건수는 2024년 1월 5만2000건에서 2025년 12월 166만6000건으로 약 32배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AI 서비스 구독료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훈기 의원(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민이 체감하는 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정부의 통신요금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감지됐다. 특히 이번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최적요금제 고지’ 제도가 체감 통신비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적요금제는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실제 사용 패턴을 분석해 보다 적합한 요금제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염수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그룹장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이용 행태와 어떤 요금제가 적합한지 정확히 파악하는 이용자는 많지 않다”며 “이용자들이 알림을 통해 더 저렴한 요금제로 이동하면서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 데이터 제공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적은 이용자가 약 30%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QoS 이용이나 가족 데이터 공유 등을 활용해 현재보다 낮은 요금제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현재 시장에는 2250종에 달하는 요금제가 존재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 자체가 어렵다”며 “복잡한 요금제 구조가 결과적으로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적요금제가 시행되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낮출 만한 요금제가 없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사용량에 맞춰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요금제 구조 자체를 단순화·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을 촉진해 통신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현재의 통신비 절감 정책이 알뜰폰 활성화 등 경쟁 촉진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를 기반으로 이동통신사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 시장이다.
이에 대해 김준모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통신비 정책의 가장 큰 축은 경쟁 구조를 개선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기존 이동통신 3사뿐 아니라 알뜰폰 이용자까지 모두 이용자 보호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요금 인하와 함께 경쟁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알뜰폰 활성화와 경쟁 촉진을 위한 새로운 정책 역시 머지않은 시점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규제로 일관하다간 AI 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네트워크의 경쟁력은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형도 경희대 특임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최근에는 ‘TaaS(Token as a Service)’처럼 AI 사용량에 따라 토큰 단위로 과금하는 방식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요금 인하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새로운 비용 구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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