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난방 전기화 원년…삼성·LG·경동나비엔 박차

LG전자가 15년간 국내에서 축적해 온 시스템 보일러 사업역량과 히트펌프의 본고장 유럽에서 입증된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난방 전기화 시장을 선도한다. 사진은 LG전자의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 [사진=LG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국내 히트펌프 시장이 본격적인 확대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가 올해를 ‘난방 전기화’ 원년으로 삼고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나서면서다. 건물 부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난방 전기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존 보일러 강자인 경동나비엔은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 대기업들도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히트펌프는 공기·물·땅 등에 존재하는 열을 끌어와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방식.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와 달리 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아 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이미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대응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 이에 국내 역시 정부 정책과 맞물리며 시장 확대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LG전자는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실외기와 주요 시스템 구성요소를 일체화해 별도 냉매 배관 공사가 필요 없고, 기존 주택의 온수 배관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공기 열원 히트펌프 방식의 고효율·고성능 난방·급탕 시스템으로, 냉매가 액체와 기체 상태를 오가며 열을 흡수·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해 작동한다. 냉매는 R32가 적용됐다. 기존 R410A 냉매 대비 지구온난화지수(GWP)를 약 68% 낮췄다. 투입 전력 대비 약 4~5배 수준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 대비 약 40~60%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출시했다. 바닥난방 중심 국내 온돌 구조에 맞춘 공기-물(A2W) 방식을 채택했다. 계절성능계수(SCOP) 4.9 수준의 효율도 구현했다. 영하 25도 환경에서도 동작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영하 15도 조건에서도 최대 70도의 고온수 공급이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협력해 향후 아파트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현재 제품은 단독주택 중심이지만, 공동주택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들이 연이어 히트펌프 신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배경에는 정부 주도 정책이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말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하고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우선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 단독주택 중심으로 보급 확대에 나선다. 제주도 시범 사업이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지난 4월 상반기 히트펌프 보급사업 1차 신청을 마쳤으며, 약 2500가구가 접수했다. 상반기 보급 사업은 오는 9월부터 시작된다. 제주도는 올해 태양광 발전시설(최소 3㎾ 이상)을 설치했거나 설치 예정인 단독·연립주택 2380가구에 히트펌프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경동나비엔 등이 참여한다.
경동나비엔은 영국 시장에서 제품력을 검증한 공기열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지구온난화지수(GWP) 3 수준의 R290 냉매를 적용했다. 기존 R32 냉매 대비 환경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보일러 사업을 통해 확보한 설치·서비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히트펌프 시장 대응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설치 및 사후관리 일원화를 통해 제품 효율과 운영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귀뚜라미그룹은 상업용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제품 보급 확대에 나선다. 계열사 센추리는 R32 냉매 기반 인버터 스크롤 공기열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가정용·상업용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귀뚜라미는 “향후 가정용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탈탄소·전기화 전환 흐름에 맞춰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열에너지 탈탄소화”…공동주택·요금제는 과제
정부가 히트펌프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열에너지 부문의 탄소 배출 문제 때문이다.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약 절반(48%)이 냉난방·급탕 등 열에너지로 사용되고 있다. 상당 부분은 도시가스·등유 등 화석연료 기반이다.
다만 국내 시장 확대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주거 형태의 77%가 공동주택 중심인 데다 히트펌프는 설치 공간과 하중, 전력 인프라 문제 등이 얽혀 있어서다. 여기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역시 운영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공동주택 적용을 위한 건설 기준 개정과 별도 전기요금 체계 마련을 추진 중이다.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향 히트펌프 생산이 국내 공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지난달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업계 간담회에서 중국 생산 제품의 역수입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히트펌프 생산 거점은 중국에 있다. 다만 향후 정부 보조금 및 생산 기준이 구체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광주공장, LG전자는 창원공장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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