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취재수첩] 기술은 풀악셀, 제도는 톨게이트…커지는 자율주행 괴리

윤서연 기자

테슬라 모델S.[사진=테슬라코리아]

스태티스타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5년만에 약 3배 늘 것" 예측…국내선 불법 FSD 논란 확산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국내 테슬라 차주들 사이에서 금지된 기능인 완전자율주행(FSD)을 무단으로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며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혁신 기술에 대한 갈망이 법적 가이드라인을 앞지르면서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는 변칙 사례가 속출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4년 410억달러(약 59조5000억원)에서 2029년 1150억달러(166조8880억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자율주행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현행법상 국내 도로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인증이 면제된 미국산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국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모델 등은 안전기준 인증 문제로 FSD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실제 국내 테슬라 보급 속도는 가파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기준 테슬라 판매량은 2024년 2만9750대에서 2025년 5만9916대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벌써 3만4154대가 팔려나가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기록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주로 판매된 차종은 모델3·모델Y로 해당 모델은 FSD를 사용할 수 없다. 합법적으로 FSD를 쓸 수 있는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된 S·X와 사이버트럭 뿐으로 전체 등록 대수의 2.4%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간극에서 발생한다. 일부 차주들이 비공식 장비나 소스코드를 이용해 기능을 강제로 깨우는 해킹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용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집계된 불법 활성화 시도만 85건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자동차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변경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음에도 은밀한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 최근 신차들에 탑재된 주행 보조 기능들을 사용해 보면 운전자들이 왜 그토록 FSD를 갈망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전히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기 어렵고 언제 시스템이 해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선을 도로에 묶어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주행 보조 시스템 특성상 운전자 주의가 필수적이라지만 이미 눈앞에 구현된 고성능 기술이 제도의 병목 현상에 막혀 무용지물이 된 상황은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현재로서는 중범죄에 해당하기에 국토교통부가 수사를 의뢰하고 테슬라코리아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방어에 나섰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개인정보보호법 탓에 당국이 개별 차량의 위반 여부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후 대응만으로는 정교해지는 소프트웨어 조작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기술은 이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제도와 안전 의식은 여전히 톨게이트에 멈춰 서 있는 형국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율주행 시장의 가파른 팽창에 발맞춘 촘촘한 법적 인프라는 언제쯤 현실화될 수 있을까. 업계에선 현대차가 FSD를 완벽히 구현하는 날이 와야 규제의 빗장이 풀릴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더이상 가볍게만은 들리지 않는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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