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왕좌’ 흔들리나…쿠팡 적자·네이버 흑자에 엇갈린 1분기

왕진화 기자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올해 1분기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폭풍으로 4년 3개월 만에 최대 분기 영업적자인 3500억원을 기록하면서, 핵심 경쟁사인 네이버에 올해 ‘유통 왕좌’를 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커머스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을 앞세워 사상 최대 1분기 매출을 갈아치우고 5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와 조사로 경영이 위축된 쿠팡의 탈팡 고객을 흡수하고 수수료 기반 수입을 강화한 네이버가 유통판을 장악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연간 기준으로 보면 양사의 체급 차이는 여전히 크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원에 달하는 반면 네이버는 약 12조35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중 네이버 커머스 부문 연매출은 3조6884억원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이번 격차 변화가 구조적 전환이라기보다 일시적 흐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 4년 3개월 만에 최대 영업적자…네이버는 7.2% 늘어=쿠팡의 모회사 쿠팡Inc가 6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영업손실은 2억4200만달러(한화 약 3545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1억5400만달러(약 2337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 역시 2억6600만달러(약 3897억원)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약 4년 3개월 만에 기록한 최대 규모의 분기 손실이다. 적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며 외형 성장 자체는 이어갔다. 분기 매출은 12조4597억원(85억4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하며, 최근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특히 8%라는 성장률은 2021년 미 뉴욕증시 상장 이후 최저치이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성장이 꺾인 수치여서 눈길을 끈다. 정보 유출 사태 이후로 주문 수요와 고객 수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보상 이용권(1조6850억원)이 매출에서 차감되고 1분기 매출 원가율은 73%로 전년 동기(70.7%) 대비 증가하는 등 영업비용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적자가 구조적 경쟁력 약화라기보다 일회성 비용과 물류 투자 구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390만명으로 지난해 하반기(3분기 2470만명, 4분기 2460만명)와 비교하면 확연히 줄었다.

이러한 와중에 경쟁자인 네이버는 수익성과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쿠팡과의 격차를 좁혔다. 네이버는 1분기 매출 3조2411억원, 영업이익 54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3%, 7.2%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이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며 영업이익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특히 네이버 커머스 성적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 매출의 경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네플스)·멤버십·N배송 등의 커머스 생태계가 견인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한 4349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 부문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탈한 고객들을 흡수했고, 판매자 중심의 오픈마켓 기반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플스 앱은 웹 대비 구매 전환율이 84%로 높게 나타났다. 와이즈앱·리테일 집계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네플스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50만명으로 전달 대비 5.9% 증가한 반면 쿠팡은 같은 달 0.2% 감소하며 대조를 보였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3년 내 N배송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물류 직접 투자 모델을 검토 중임을 밝혔다. 하반기에는 멤버십 연계 ‘무제한 무료배송’을 도입해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정보유출 사고 늪에서 탈출 못한 쿠팡…네이버, 유통 사업 대대적 확장=쿠팡의 어려움이 이처럼 가속화될 경우, 올해 쿠팡과 네이버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점유율도 역전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말 이커머스 거래액 기준 쿠팡(22.7%)이 네이버(20.7%)를 소폭 앞섰지만 쿠팡의 매출 둔화가 지속되고 수익성이 악화될 때 네이버가 성장한다면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같은 조짐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쿠팡 한 해 농사 실적과 맞먹는 영업이익 6106억원을 지난해 4분기에 냈고, 전년 대비 증가율도 12.7%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만 2조20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8.35%로, 쿠팡의 13배다.

세금·비용 등을 제외하고 곳간에 남는 순이익은 네이버(1조8203억원)가 쿠팡(3030억원)의 6배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4분기 쿠팡 분기 영업이익은 800만달러(11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하며 영업이익률 0.09%를 기록했다. 업계 일각에선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 조사와 규제로 영업에 차질을 빚는 사이에 네이버가 ‘탈팡’ 고객을 흡수하며 부상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네이버는 플랫폼 중심 구조상 쿠팡과 같은 직접 물류 기반의 매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사업 모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네플스 앱이 성장한 이유에 대해, 탈팡 흡수보다는 AX(AI 전환) 모멘텀이 올라오는 지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의 1분기 실적 부진은 정보 유출 사고 이후 관련 조사와 점검에 대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일정 기간 경영과 업무 운영에 부담이 있던 점이 실적 변동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민주당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탈팡 유도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유통·물류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의 수요 감소가 일어났다.

쿠팡이 수조 원의 출혈 경쟁을 벌이며 물류센터를 지어 수익성이 적은 상황에서 네이버는 대규모 투자보단 스마트스토어 등 플랫폼 수수료 기반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요인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1분기 실적을 두고 단기적 충격에 따른 변동인지, 구조적 판도 변화의 시작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한편 쿠팡의 4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3440만1594명으로, 전월(3503만3981명) 대비 1.8%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정부의 과징금 등 추가적인 규제 리스크에 쿠팡 실적이 올 하반기에도 수익성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이 틈에 네이버가 유통 1위 기업으로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