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 논란…업계 검증 요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2012년 475억원 → 2017년 425억원 → 2021년 599억원’
KT의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을 둘러싼 회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비용은 전국 어디서나 기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생한 손실을 다른 사업자들이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증가 시 업계 전체 부담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손실의 흐름이다. 2017년까지 감소하던 손실보전금은 2018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후 연평균 7%씩 늘었다. 2020년에는 증가율이 14%까지 치솟았다. 매출 감소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증가폭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손실이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선 시점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중단된 시기와 맞물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까지 매해 KT 손실보전금을 검증해 발표해왔지만 이후 관련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 같은 검증 공백과 제한적인 정보 공개가 손실 산정의 신뢰성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적극 중재해달라”…손실보전금 검증 공동 건의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편적 역무 분담사업자들은 최근 과기정통부에 KT 손실보전금 검증 과정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공동 건의서를 제출했다.
보편적 역무는 시내전화와 공중전화 등 기본 통신 서비스를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구조는 KT가 보편적 역무 제공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산정해 제출하면 과기정통부가 이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해당 손실은 매출액 300억원 이상 통신사업자들이 매출 비율에 따라 분담한다.
이 과정에서 분담사업자들은 손실보전금 산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속 제기해왔다. 사후 통보 방식으로는 손실 규모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건의서에도 최근 손실보전금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산정 근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분담사업자들은 “KT는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반면 손실은 더 많이 인정받는 구조”라며 “검증 없이 손실금이 확정되는 방식이 유지될 경우 사업자들은 근거 없이 최종 금액만 통보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보전금 증가 배경에 시내전화…사업자들은 ‘회계 왜곡 의혹’ 제기

2023년 사업자별 유선서비스 역무별 영업실적(출처: 2024년 경쟁상황평가 보고서)
쟁점은 시내전화다. KT는 손실보전금 증가 이유로 시내전화 적자 권역 확대를 들고 있는 반면 업계는 현재 수준의 증가율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분담사업자들은 KT가 시내전화에 공통 비용을 과도하게 반영해 손실 규모를 키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내전화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유선망 설비와 인력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만큼 비용을 어디에 배분하느냐에 따라 손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내전화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3년 기준 KT의 영업손실은 약 8200억원, 영업이익률은 –138.2%에 달한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22억원(-31.7%), 158억원(32.5%)을 기록했다.
반면 마찬가지로 보편적 역무에 포함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8448억원의 영업이익과 32.7%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462억원(7.9%), -1020억원(-8.6%)으로 집계됐다.
분담사업자 중 한 관계자는 “KT가 (손실보전금 증가와 관련) 세부 항목들을 투명하게 공개만 한다면 분담사업자도 추가적인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며 “유지보수 비용이 일부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최근엔 신규 투자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데다 오히려 설비를 IP 기반으로 전환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꼬집었다.
업계 전문가는 “시내전화 관련 비용이 100원 들었고 그 중 인건비가 40원이라고 한다면 그 인력이 정말 시내전화 업무만 하는 회사가 어딨겠냐”고 반문하면서 “현실적으로 인력이나 설비는 여러 사업에 걸쳐 함께 쓰인다 보는 것이 일반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 KT “고시 준수해 배분, 오히려 역무 부담 떠안아”
이에 대해 KT는 비용을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 고시와 회계 분리 고시에 의거해 배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T 측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맞춰 집행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회계 분리 고시와 보편적 역무 관련 고시가 있어 인건비 등을 해당 기준에 따라 비용을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 규모가 방대한 만큼 100% 정확한 배분이 어려워 일부 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 같은 오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고시에 따른 기준을 준수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 증가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손실보전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 적자 확대는 오히려 KT가 부담을 떠안고 사업을 유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손실보전 비율은 시내전화·인터넷전화 90%, 초고속인터넷 70%로 역무별로 차이가 있다.
또 2020년 초고속인터넷이 보편적 역무에 포함되면서, 도서·산간 등 서비스 취약 지역에서 모든 통신사업자가 제공을 포기할 경우 KT가 최종 제공자로 나서야 하는 점도 비용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정부 검증도 맹탕 우려…손실보전금 산정모형은 ‘미제출’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구조적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손실을 타 사업자가 분담하는 만큼 산정 과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설명과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무엇보다 손실보전금 갈등이 격화된 배경엔 정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은 수년간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부 차원의 별도 보정이나 중재 시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당장 과기정통부가 보편적 역무 손실보전금의 연간 증감률을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기로 이야기했지만 실제 증가율은 이를 웃돌고 있다는 게 분담사업자 측의 주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검증을 맡았지만 2010년 이후 과기정통부가 직접 수행해왔다”며 “당시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던 회계 기능이 최근 사실상 축소되면서 검증과 관리의 우선순위가 낮아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 제출과 검증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같은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KT가 손실을 산정하는 구조와 정부의 감독 기능 약화가 맞물리면서 결과적으로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인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공동 건의서에는 KT가 산정한 손실보전금에 보편적 역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협회비’나 ‘스포츠단 운영비’ 등이 반영됐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제도 개선과 함께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검증에 착수한 상태다. 검증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신우회계법인이 맡았으며, KT의 자료 제출 지연으로 용역 기간은 5월 말까지 연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는 이번 검증 역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핵심 자료인 장기증분원가(LRIC) 산정모형이 지적재산권을 이유로 외부 회계법인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LRIC는 삼도 회계법인이 보편 손실 관련 고시에 기반해 개발한 모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LRIC 모형은 매해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해당 용역을 과기정통부가 발주해 장기간 동일 회계법인이 맡아온 구조”라며 “검증 체계 전반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그간 검증 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보완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기존 영업보고서 중심의 내부 검증에서 벗어나 외부 회계법인을 포함한 다층 검증 체계를 도입해 손실보전금 산정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3단계 검증 체계에 외부 회계법인을 추가해 보다 정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제도 개편 초기 일부 혼선이 있었지만 현재는 상당 부분 정리돼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LRIC 미제출 건에 대해선 “산정 모형 자체는 보편 손실 관련 고시에 기반하고 있고, 해당 고시 역시 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만들진 것”이라며 “향후 보편적 역무 제도에 대해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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