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테슬라 FSD'로 구현하는 쏘카표 자율주행…직접 타보니 [르포]

채성오 기자

[사진=채성오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목적지를 설정하고 주행을 시작하면 운전자가 건드릴 게 없습니다. 차량에 부착된 내부 카메라 센서가 운전자의 전방 주시 여부를 체크하는 부분만 신경쓴다면 자율주행으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죠."

27일 테슬라 FSD 감독형 모델에 동승한 쏘카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쏘카가 구독 서비스로 운영 중인 테슬라 모델S 차량이다. 쏘카는 최근 테슬라 플래그십 차량인 모델 S와 모델 X를 구독 서비스에 도입했다. 두 차량에는 FSD 감독형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디타워 앞 도로에 세워진 테슬라 모델S에 올라타자 일반적인 차량과는 다른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핸들은 있지만 변속기 레버는 보이지 않았다. 차량 중앙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주행 설정과 차량 제어의 중심 역할을 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어시스티드 드라이빙'을 활성화하자 차량은 서서히 도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로 탐색부터 차선변경까지…테슬라 FSD로 구현한 자율주행

이 차량에는 테슬라의 FSD 감독형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이름만 보면 완전자율주행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 제공되는 FSD 감독형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감독이 전제되는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 기술이다. 경로 탐색·조향·차선 변경·정차·주차 등 주행 전반을 보조하지만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고 필요할 경우 즉시 개입해야 한다.


실제 차량도 운전자의 전방주시 여부를 계속 확인했다.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체감과 별개로 법·기술적인 운전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는 구조다.


쏘카가 구독 서비스로 운영 중인 테슬라 모델S를 타고 성수동 일대를 약 20~30분가량 주행했다. 출발지는 서울숲역 인근과 성수 디타워 일대였고 주행 구간은 성수 도심과 강변북로 진입로 주변을 오가는 약 5㎞ 안팎의 코스였다.

운전석에 앉아 있었지만 실제로 운전자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어시스티드 드라이빙 기능을 활성화하자 차량은 스스로 차선을 따라 움직였고 내비게이션 경로에 맞춰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했다.

[영상=채성오기자]


도심 주행에서 가장 먼저 체감된 것은 '판단'의 영역이었다. 테슬라 FSD 속도 프로필은 ▲나무늘보 ▲컴포트 ▲스탠다드 ▲신속주행 ▲매드맥스 등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나무늘보의 경우 제한속도보다 느리게 주행하는 기능이며 최고 속도인 매드맥스 모드의 경우 신속주행보다 더 공격적인 속도 및 잦은 차선 변경이 가능한 기능이다.

매드맥스 기능으로 변환하자 모델S는 비보호 좌회전을 앞둔 앞 차량을 추월해 차선을 바꾼 후 버스를 지나치기 위해 또 한 번 빠르게 차선을 변경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다음 신호구간에서 나왔다. 좌측 차선에 선행차량들이 대기하고 있어 우측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전방에 대기하고 있는 화물차량이 짐을 옮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미리 파악해 기존 차선을 지키며 정속 주행을 이어갔다.

이는 인간과 유사한 사고 능력에 더해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FSD 감독형 기능만의 차별적인 자율주행 시스템 때문이다.

쏘카 관계자는 "테슬라 FSD의 차별점은 전문가가 직접 규칙을 코딩하는 룰베이스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학습을 통해 AI가 직접 판단하고 제어하는 형태"라며 "라이다가 없는 대신 8대 이상의 카메라와 AI 학습·판단을 통해 제어하기 때문에 인간의 운전방식과 유사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쏘카 "테슬라로 시작해 공유차량 자율주행 인프라 넓힌다"

쏘카가 단순한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 차원이 아니라 자율주행 사업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쏘카는 테슬라 플래그십 차량인 모델S·X를 구독 서비스에 도입했다.

두 차량에는 FSD 감독형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이용자는 일주일·한 달·12개월 단위로 차량을 구독할 수 있다. 구독료는 일주일 149만원·한 달 399만원·12개월 기준 월 343만원 수준이다.


가격만 보면 대중적인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초기 반응은 예상을 웃돌았다. 쏘카가 열흘간 진행한 사전예약에는 2000건이 넘는 신청이 몰렸다. 1억원대 중반에 달하는 고가 차량을 신차 대기 없이 장기 리스보다 짧은 단위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수요를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렌터카나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테슬라 모델 S·X와 FSD 감독형 기능을 함께 경험하기 어려운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영상=채성오기자]


쏘카가 테슬라와의 협업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박재욱 대표의 미래 이동 사업 구상이 있다. 이달 초 쏘카는 박 대표 직속으로 '미래이동TF'를 신설했다.

이재웅 창업주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복귀해 조직 운영과 카셰어링 분야를 맡고 박 대표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 신사업에 주력하는 구조다. 테슬라 FSD 감독형 차량 구독 서비스는 이 같은 업무 분담 이후 쏘카가 꺼내든 첫 번째 구체적 카드에 가깝다.

차별적인 경쟁력은 차량 자체보다 '데이터 인프라'에 있다. 자율주행 AI의 완성도는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학습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쏘카는 전국에 약 2만5000대의 공유차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량에는 전후방 2채널 블랙박스와 자체 텔레매틱스 단말기인 STS가 탑재돼 있다. STS는 속도·핸들 움직임·브레이크·가속도 등 100개 이상의 차량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한다.

실제로 쏘카 차량이 하루 동안 달리는 거리는 약 110만㎞로 알려져 있다. 전국 도로 총연장의 10배에 달하는 주행 데이터가 매일 쌓이는 셈이다.

특히 쏘카는 차량공유 사업 과정에서 확보한 사고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사고 영상과 차량의 미세한 움직임을 담은 에고모션 데이터는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위험 상황을 담고 있다.

쏘카는 연간 4만건 이상의 사고 영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현재 누적 규모는 22만건, 8.8테라바이트(TB)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데이터 고도화를 위한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쏘카는 라이다, 카메라 7대, GPS·IMU 등을 탑재한 풀 센서킷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다. 향후 이를 최대 1000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학습 데이터의 품질과 규모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테슬라 차량을 들여와 구독 상품으로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차량 데이터 인프라와 결합해 자율주행 사업 기반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쏘카가 그리는 최종 목표는 모든 공유차량에서 자율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테슬라 FSD 감독형 차량 구독 서비스는 그 과정에서 이용자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시장의 수요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날 모델S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도심 주행 대부분을 수행했다. 스스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는가 하면 신호에 맞춰 멈춰섰다. 주변 차량과 보행자를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아직 운전자의 감독이 필요한 기술이라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이용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작지 않았다. 자율주행이 먼 미래의 기술이라기보다 구독 서비스 형태로 일상에 들어오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쏘카 관계자는 "이번 테슬라 모델S·X 구독 서비스는 단순한 차량 라인업 확대가 아니라 최신 이동 기술을 이용자가 가장 빠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향후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