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나도 책임 없다?”…오픈마켓 약관, 공정위 칼날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불공정 약관을 대거 손질하며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나섰다. 개인정보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산을 자의적으로 미루는 등 이용자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쿠팡, 네이버, 컬리, SSG닷컴, 지마켓, 11번가, 놀유니버스 등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11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며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이용자 권익 보호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거래 규모는 2023년 242조원에서 2025년 275조원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대표적인 유형은 사업자의 책임 회피 조항이다. 쿠팡, 네이버 등 일부 플랫폼은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 발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해왔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보안 위험을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라는 이유로 거래 책임을 일괄 면제하거나, 이용자 과실이 일부 존재할 경우 사업자 책임을 전면 배제하는 조항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플랫폼 역시 거래 안전과 서비스 관리 의무를 지는 만큼, 귀책이 있는 경우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도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들이 손질됐다. 약관보다 내부 운영정책을 우선 적용하거나, 이용자 동의 없이 결제수단을 임의 변경하는 조항은 삭제 또는 수정됐다. 특히 결제 실패 시 사업자가 다른 결제수단으로 자동 결제하도록 한 규정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산·환불 규정도 개선됐다. 판매대금 정산을 광범위한 사유로 장기간 보류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요건을 구체화하도록 했고, 회원 탈퇴 시 유상 캐시까지 소멸시키는 규정은 삭제됐다. 또 구독 서비스 환불 기준을 결제 주기에 따라 차별하는 조항 역시 시정됐다.
이 밖에도 약관 변경 시 묵시적 동의를 강제하거나 특정 법원을 관할로 지정하는 조항, 손해배상 범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정 등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됐다.
해당 사업자들은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약관 개정 절차를 거쳐 조속히 시행하고 관련 증빙도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자들은 약관 개정에 합의하고 자진시정에 나선 상태로, 5월 초부터 개정 약관이 적용될 예정이다. 과징금 등 별도 제재는 없지만 향후 시정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플랫폼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거래 안전에 대한 사업자의 관리 책임이 보다 명확해지면서, 소비자가 보다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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