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정책 딜레마 지속…요금 인하에 알뜰폰 ‘부담’ [IT클로즈업]

[ⓒ챗GPT-4o 이미지 생성]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알뜰폰(MVNO) 시장의 경쟁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만원대 LTE·5G 통합요금제 도입으로 통신비 부담은 낮아질 전망이지만, 저가 요금제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알뜰폰의 존재 이유까지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요금은 낮췄지만…알뜰폰과 정책 충돌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오는 6월부터 2만원대 LTE·5G 통합요금제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통해 발표한 요금제 개편의 일환이다.
이번 개편은 데이터를 필수재로 보고 최소한의 이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LTE와 5G로 나뉘어 있던 요금제를 통합하고, 데이터 소진 이후에도 400kbps 속도를 제공하는 QoS 옵션을 전면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알뜰폰 도입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당초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를 기반으로 이동통신사와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적 시장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알뜰폰과 통신사 간 요금 격차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정부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고, LTE·5G 통합요금제 도입까지 추진하면서 통신사 요금 수준을 직접 낮춰온 영향이다. 정부가 스스로 알뜰폰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만원대 요금제가 현실화될 경우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알뜰폰 5G 요금제가 15GB 기준 2만원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알뜰폰을 선택할 유인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도매대가 사전규제까지 폐지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해당 규제는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망 도매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도하던 장치였지만 폐지 이후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출 유인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통합요금제 도입으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하락 압박을 받는 통신사가 도매대가까지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초기부터 구조적 한계…출범 10년에도 경쟁 작동 못해
알뜰폰은 정책 설계 초기부터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쓰는 구조상 정면승부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더 저렴하게 망을 빌려야 하는데 이는 결국 통신사의 협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가 통신사 자회사의 진입을 허용하면서 시장 구조는 더욱 왜곡됐다는 평가다. 현재 통신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의 점유율은 약 50%에 달하며 시장은 사실상 통신사 내부 경쟁 형태로 재편된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구조 개선보단 도매대가 인하에 치중해 왔다. 지난해 1월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도매대가 인하를 유도하며 20GB 기준 월 1만원대 5G 요금제 출시 환경을 조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알뜰폰의 협상력을 키우기보다 통신사를 통해 도매대가를 낮춰 저가요금제를 유지하는 방식에 의존해온 구조를 고착화 시켰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이러한 정책적 한계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2023년 기준 알뜰폰 사업자 58곳 가운데 1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한 업체는 한 곳에 불과했고, 매출이 집계된 53곳 중 21곳(39.6%)은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단통법 폐지, 전파사용료 부과 등 제도 변화까지 겹치며 사업자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에도 전파사용료 20%를 부과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결국 알뜰폰 시장은 출범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부 개입 없이는 경쟁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알뜰폰 정책, 요금 인하 넘어 새 판 짜야”

정부 역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현 구조를 유지할 경우 정책 간 충돌이 지속되지만 알뜰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거나 영세 사업자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뜰폰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통신사를 압박해야 하고, 반대로 통신사 부담을 낮추면 알뜰폰 기반이 약화되는 딜레마가 고착화된 상태다.
알뜰폰의 구조적 혁신을 위한 시도로 풀(Full) MVNO 육성도 추진됐지만, 수백억원대 설비 투자가 필요한 구조상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시장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알뜰폰 정책이 단순한 요금 인하 수단을 넘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출구 전략을 포함한 전면적인 정책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 업계 전문가는 “현재 구조에선 알뜰폰이 독립적인 경쟁 주체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정부 입장에서 알뜰폰 사업자를 줄이거나 정리하겠다는 시그널을 내기는 쉽게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알뜰폰 사업자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지컬 AI나 이음5G 등 B2B 시장이 확대될 경우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며 “하지만 단기간 내 구조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낙곽적 전망도 존재한다.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B2B(기업고객) 사업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풀MVNO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유선망 기반 CCTV의 해킹 위험 증가로 5G 특화망 CCTV의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망 트래픽에서 CC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는데, 관련 업체에 망을 도매하는 중개 사업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알뜰폰이) 통신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에선 가격을 압도적으로 저렴하게 설계하기 어렵다”라며 “단순히 B2C에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이 아닌 B2C 혹은 B2B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역할로서 알뜰폰을 새롭게 정의해 대규모 사업자를 알뜰폰 시장에 유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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