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후속안도 ‘미완의 설계’ 지적…“모호성 해소에 한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정혜승 기자] 방송3법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제도 설계의 실효성이 지적됐다.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작 세부 이행 방안은 핵심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현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3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방송 3법 후속 조치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제도 설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세부 기준을 공개했다.
◆ 방송 3법 후속조치 공개…“실효성 확보” 방점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방송 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개편하고, 이사 및 사장 추천 권한을 정치권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방미통위는 ▲편성위원회를 추천하는 종사자 범위와 종사자 대표 자격요건 ▲이사 추천 단체(방송미디어학회·변호사단체·교육 관련 단체) ▲여론조사기관 기준(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구성 관련) 등을 구체화한 후속조치를 마련했다. 편성규약 위반 등에 대한 과태료 기준을 1000만원 수준으로 설정하는 등 제도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포함됐다.
장대호 방미통위 방송정책국장 직무대리는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충실히 구현하고 방송사별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했다”며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 여전히 추천단체 기준 논란…“미완의 설계”

하지만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후속조치가 상위법의 불명확성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미완의 설계’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법 자체가 가진 모호성을 하위 규정으로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기준으로는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시행 과정에서 해석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당장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 기준이 쟁점으로 지적됐다. 방미통위가 학회·변호사단체·교육단체 등 다양한 주체에 추천권을 부여하고 일정 요건을 제시했지만, 실제 선정 과정과 절차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허찬행 건국대 교수는 “추천단체 공모를 한다고 했지만 참여가 없을 경우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추천 과정 전반의 책임성과 검증 절차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천 주체가 확대된 만큼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제할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편성위원회 강화…“진전” vs “현실성 부족”
편성위원회 제도 강화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편성위원회는 방송편성책임자 제청과 방송편성규약의 제·개정, 시청자위원 추천 권한 등을 갖게 되는 가운데, 과태료 기준을 명시한 점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치로 평가됐다.
강윤기 한국PD연합회 회장은 “2025년 2월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계엄 2부작이 불방된 사례가 있었다”며 “당시 제작진과 노동조합이 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편성권은 회사의 권한’이라는 이유로 논의를 회피했다”며 “편성권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의 부당한 개입으로부터도 지켜져야 할 권리지만 박민 사장 취임 전날 ‘더라이브’가 폐지된 사례처럼 공식적인 협의 없이 결정이 이뤄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편성위원회 구성 기준과 관련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후속조치는 종사자 대표는 과반수 찬성으로 선출하되 과반 확보가 어려운 경우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도록 했고, 과반 노조가 있을 경우 해당 노조가 대표를 지정하도록 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종사자 범위 설정은 구체화와 추상화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찾는 과정”이라며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방송사의 종사자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MBN만 노조가 있고, 나머지 3사는 신문사 편집국 소속 기자들이 포함된 구조이기도 한다"며 "그런 경우를 보면 기본적으로 노조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논의가 출발하는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종사자 과반의 찬성으로 종사자 대표를 정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는 “편성위원회는 방송 제작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종사자 범위를 근로계약 중심으로 제한할 경우 다양한 제작 인력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종사자 대표를 과반 노조 중심으로 규정한 부분 역시 사업자별 노조 구조 차이를 고려할 때 갈등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미통위는 현장 적용을 고려한 세부 기준을 정비하고 제도 이행 체계를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대호 방미통위 방송정책국장 직무대리는 “제도 설계만 보고 특정 인사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방송사의 자율적 결정과 시민사회 참여를 통해 절차가 이뤄지는 점은 제도의 취지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 가운데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거나 개별 사업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라며 “시행령과 규칙은 법에서 위임된 범위 내에서 공통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할 수밖에 있다는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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