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주사위 던져 인상 순서 정했다…공정위, 제지사 가격 담합에 3383억원 과징금

채수웅 기자

무림에스피·무림페이퍼·무림피앤피·한국제지·한솔제지·홍원제지 6개사

3년 10개월간 인쇄용지 판매가격 담합…공정위,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국내 인쇄용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6개 대형 제지사가 3년 넘게 가격을 담합해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심지어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쇄용지 판매 가격을 담합한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한국제지, 한솔제지, 홍원제지 등 6개 제지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383억원을 부과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제지업계 담합 사건 중 최대 규모이자 공정위가 내린 역대 담합 과징금 중 5번째로 큰 액수다. 아울러 담합을 주도한 한국제지와 홍원제지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제공=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6개사는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3년 10개월 동안 최소 60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총 7차례에 걸쳐 인쇄용지 기준가격을 인상하거나 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격인상을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담합 업체들의 판매 가격은 평균 71%나 급등했다. 이들이 국내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탓에 출판사와 인쇄업체들은 인상된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피해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담합 수법은 치밀했다. 담합을 주도한 제지사 임직원들은 담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본인 휴대전화 대신 공중전화나 식당 전화를 사용했고 연락처는 이니셜이나 가명으로 메모했다. 특히 거래처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먼저 통보할 순서를 주사위나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도 했다.

[제공=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6개 이번 사건이 반복적인 법 위반으로 관행화된 점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 외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제지사는 담합 이전의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책정하고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밀가루 담합 건(2006년 4월) 이후 두 번째에 해당된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적발될 경우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밀가루, 전분당, 계란 등 식료품 분야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도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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