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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잠든 새벽, AI가 캠페인 승인받고 집행한다… 어도비가 그리는 ‘반자율 마케팅’

라스베이거스(미국)=이안나 기자

안줄 밤브리 어도비 CXO 부사장이 현재의 수동 마케팅 프로세스와 AI 운영 시대를 대비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안나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이안나기자] 오후 2시, 경쟁사가 가격을 내렸다. 이를 알아챈 한 유통업체 마케터는 팀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 캠페인 기획안을 작성했다. 기획안 검토를 거쳐 승인이 떨어지면 그제야 캠페인이 실행된다. 빠르면 이틀, 보통은 일주일이다. 그사이 고객은 이미 경쟁사 페이지에서 결제를 마쳤다. 어도비가 서밋 무대에서 꺼낸 질문은 이렇다. “이 모든 과정을 30분 안에 끝낼 수 있다면?”

안줄 밤브리 어도비 고객경험 오케스트레이션(CXO) 엔지니어링 부문 수석부사장(SVP)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 서밋 2026’에서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가 제시한 변화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인간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왔다면 이제 AI가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고 인간은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지시하는 역할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플랫폼 승자는 AI가 운영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개방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릭하지 않아도 된다… AI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운영하는 시대=밤브리 부사장은 “기존 소프트웨어는 클릭할 수 없으면 접근할 수 없다”며 구조적 한계를 짚었따. 기능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뒤에 숨어 있어 사람이 직접 조작해야만 작동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기능이 잘게 쪼개져 API 형태로 직접 호출 가능해지고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같은 표준을 통해 AI가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찾아 조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도비가 지향하는 플랫폼 구조인 ‘컴포저블 AI 패브릭’이다. 레고 블록처럼 필요한 기능을 그때그때 조합해 쓸 수 있는 구조로,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다.

이 구조 위에서 어도비가 내놓은 신제품이 ‘CX 엔터프라이즈 코워커’다. 단순한 AI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어도비 제품군과 기업 내부 시스템, 그리고 외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협업형 에이전트다.

고객 데이터 플랫폼부터 캠페인 실행, 성과 분석까지 어도비 제품 경계를 넘나들며 필요한 기능을 호출하고 고객관계관리(CRM)·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업 내부 시스템 데이터도 끌어온다. 소셜 트렌드나 시장 데이터 같은 외부 신호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반자율부터 완전 자율까지 자율성 수준도 기업이 직접 조율할 수 있다.

어도비 CX 엔터프라이즈 코워커가 새벽 1시8분 영국 울타 마케팅팀에 승인을 요청하고 캠페인을 자동 집행하는 화면 예시(위)와 마케터가 출근 후 클로드에서 확인한 캠페인 성과 요약과 다음 단계 권고안 [사진=이안나기자]

◆마케터가 잠든 새벽, 400만뷰 바이럴에 캠페인이 스스로 응답=데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예고없이 제품이 바이럴 되는 상황을 시연했다. 뷰티 브랜드 울타(Ulta Beauty) 한 마케터가 퇴근하고 잠든 새벽, 뷰티 인플루언서가 울타 제품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영상을 올렸고 몇 시간 만에 조회수 400만을 넘겼다.

코워커는 잠들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 에이전트로부터 신호를 받은 코워커는 즉각 해당 제품을 구매했거나 관심을 보인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성향에 따라 타깃 그룹을 나눴다. 어떤 메시지와 콘텐츠, 오퍼를 제공할지 결정하고 예상 성과까지 시뮬레이션한 뒤 미국 팀이 잠든 시간인 만큼 현재 업무 중인 영국 마케팅팀에 승인 요청을 보냈다. 영국팀이 검토하고 승인하자 이메일·푸시·유료 소셜 채널에 걸친 두 개의 캠페인이 수분 만에 집행됐다.

마케터가 출근해 확인한 건 성공 보고서였다. 코워커가 내린 모든 결정의 로그가 남아 있었고 캠페인 성과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집계돼 있었다. 퇴근 후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클로드를 열자 코워커가 하루 요약과 다음 단계 권고안을 바로 전달했다. 어도비 코워커가 클로드를 포함한 다양한 AI 플랫폼과 연동돼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 구조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밤브리 부사장은 기존에 어도비 제품을 써온 기업이라면 그 데이터와 설정을 버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껏 쌓아온 캠페인 전략과 고객 데이터, 업무 프로세스가 코워커 안에서 그대로 작동하는 재료가 된다는 얘기다. 그는 “지능은 보존하고 인터페이스는 해방시킨다”고 표현했다.

어도비는 수치로도 이를 증명했다.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플랫폼(AEP)은 현재 매일 330테라바이트 경험 데이터를 처리하고 700억개 고객 프로파일을 활성화하고 있다. 밤브리 부사장은 “이 모든 인텔리전스가 이제 AI에 의해 운영된다”며 “CX 엔터프라이즈 코워커는 그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전 어도비는 디지털 마케팅을 정의했고 10년 전엔 고객경험 관리를 정의했다”며 “이제 어도비는 AI가 운영하는 마케팅의 시대를 정의한다”고 말했다. CX 엔터프라이즈 코워커는 그 선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어도비가 공개한 CX 엔터프라이즈 코워커의 구조도. 어도비 제품군과 CRM·ERP·소셜 등 외부 시스템을 MCP와 에이전트 레이어로 연결하고 코워커가 이를 통합 조율한다. [사진=이안나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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