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옌 어도비 CEO “창의성이 새로운 생산성”…브랜드 통제권이 경쟁력 가른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가 4월20일~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어도비 서밋 2026 기조연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안나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창의성이 새로운 생산성이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가 에이전틱 AI 시대를 맞아 어도비가 나아갈 방향을 이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AI가 확산될수록 콘텐츠 제작의 장벽은 낮아지지만 브랜드다운 콘텐츠를 대규모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다.
어도비가 20일(현지시간)부터 22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니션 컨벤션센터에서 ‘어도비 서밋 2026’을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서밋 핵심 발표로 에이전틱 AI 기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CX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올해 24회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1만4000여명이 현장에 참석했으며 수만명이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나라옌 CEO는 기조연설에서 “AI는 백지 앞에 느끼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공한다”며 “사람들은 스토리를 통해 사고하고 상상력과 창작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싶어 한다”고 했다. 어도비가 AI에 투자하는 이유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동시에 품질과 브랜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성공은 가장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맞는 올바른 콘텐츠를 모든 접점에서 개인화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18년간 어도비를 이끌어온 그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결국 브랜드 정체성과 창의적 통제권이었다.
◆AI가 호텔을 고르는 시대, 브랜드 전략이 바뀐다=나라옌 CEO는 기조연설에서 마케팅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고객과 소통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을 대신해 행동하는 에이전트와도 소통하며 양쪽 모두를 위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챗GPT나 클로드에 “라스베이거스 여행 호텔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AI가 브랜드를 대신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브랜드가 사람인 고객뿐 아니라 그 고객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AI까지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닐 차크라바티 어도비 고객경험 오케스트레이션(CXO) 사업 부문 사장은 이 변화가 이미 기업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어도비 자체 설문조사 결과 기업 80%가 AI 플랫폼에서 브랜드가 노출되는 방식에 상당한 격차를 느끼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비자가 AI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탐색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AI 플랫폼에서 브랜드 노출을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고, 대응해야 할 채널이 늘어난 만큼 콘텐츠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차크라바티 사장은 “마케터들은 향후 2년 내 콘텐츠 수요가 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나라옌 CEO는 이 환경에서 살아남을 기업의 조건도 제시했다. 그는 “성공할 기업은 자체 데이터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독자적이고 맞춤화된 엔터프라이즈 모델을 운영해 브랜드 지식을 대규모 성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범용 AI 모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와 데이터로 훈련된 고유한 AI 시스템을 갖춰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아닐 차크라바티 어도비 고객 경험 오케스트레이션(CXO) 사업 부문 사장이 4월20~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서밋 2026’에서 CX 엔터프라이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안나기자]
◆마케터가 목표 설정하면 에이전트가 캠페인 완성=어도비 CX 엔터프라이즈는 기존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기업 마케팅·고객 경험 관리 솔루션군)를 포괄하면서 에이전틱 AI 기반으로 한층 확장된 개념이다. 잠재 고객 식별부터 전환 유도, 충성도 구축에 이르는 전체 고객 라이프사이클을 통합 관리하는 엔드투엔드 시스템이다. 브랜드 신호를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어도비 브랜드 인텔리전스’와 고객 생애가치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어도비 인게이지먼트 인텔리전스’가 핵심 엔진으로 작동한다.
데모 시연에서는 프랑스 남부에서 TV 시리즈 촬영이 화제가 되면서 소셜 미디어 트래픽은 급증했지만 실제 예약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메리어트 본보이(Marriott Bonvoy) 상황을 사례로 들었다. CX 엔터프라이즈는 콜센터 채팅 데이터와 소셜 신호를 분석해 새로운 고객 세그먼트를 발굴하고 “영화와 럭셔리 테마를 담은 헤드라인을 제안해달라”는 요청 하나로 랜딩 페이지 문구를 바꿨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리비에라의 럭셔리만 있을 뿐”이라는 헤드라인이 나왔고 페이지 게시 전 접근성·SEO·브랜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자동으로 점검하는 과정도 거쳤다.
어도비는 파이어플라이에 자체 모델 외에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블랙 포레스트 랩스 등 30개 이상의 파트너 모델을 탑재해 기업이 업무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SEO 및 생성형 엔진 최적화 분야 선두주자인 셈러시(Semrush) 인수 절차도 진행 중이다.
2009년 옴니처(Omniture) 인수를 시작으로 디지털 마케팅 카테고리를 개척해온 어도비가 에이전틱 AI 시대에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이다. 나라옌 CEO는 “도구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창작한다. 유연성과 선택권이 신뢰, 거버넌스, 브랜드 무결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닐 차크라바티 어도비 고객 경험 오케스트레이션(CXO) 사업 부문 사장이 4월20~2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어도비서밋 2026’에서 CX 엔터프라이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안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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