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정 코어 독점은 끝났다"…인피니언, 차량용 MCU에 'RISC-V' 전격 도입

배태용 기자

SDV 시대 맞춤형 아키텍처로 'RISC-V' 낙점

기존 트라이코어·Arm과 병렬 유지…고객 선택폭 넓혀

가상 프로토타입 지원으로 '시프트-레프트' 실현

토마스 뵘(Thomas Boehm) 인피니언 오토모티브 MCU 사업부문 수석 부사장. [사진=배태용기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개방형 표준 명령어 세트인 '리스크 파이브(RISC-V)'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유연성과 확장성을 무기로 기존 자사의 독자 코어인 '트라이코어(TriCore)' 및 'Arm' 아키텍처와 함께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의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20일 인피니언 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RISC-V 기반의 차세대 차량용 MCU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토마스 뵘(Thomas Boehm) 인피니언 오토모티브 MCU 사업부문 수석 부사장과 최재홍 인피니언 코리아 기술 총괄 부사장이 참석해 청사진을 제시했다.

◆ "기성복 대신 맞춤복"…SDV가 불러온 RISC-V의 부상

최재홍 부사장은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SDV로 넘어가면서 중앙 집중형 아키텍처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 개의 MCU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공급망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해졌다"며 "특정 업체의 라이선스에 종속되면 이노베이션(혁신) 스피드를 올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할 대안이 바로 RISC-V다. 기존 ARM 코어가 '기성복'이라면 RISC-V는 필요한 명령어 모듈만 취사선택해 설계할 수 있는 '맞춤복'이라는 것이 인피니언의 설명이다.

토마스 뵘 수석 부사장은 "과거 자동차는 엔진 제어 등 기계적 '컨트롤'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엄청난 양의 센서 데이터 프로세싱, 네트워킹, AI 연산이 필요해졌다"며 "이러한 다양한 워크로드를 유연하게 처리하고 가치망 전반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갖춘 RISC-V가 최적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조립할 수 있는 RISC-V 모듈형 구조(왼쪽)와 기능이 누적되는 Arm 아키텍처 점진적 구조(오른쪽) 비교. [사진=배태용기자]

◆ "가상 프로토타입으로 개발 기간 단축"…생태계는 완성 단계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RISC-V의 차량 도입 시기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차량용 반도체는 철저한 안전 인증(ISO 26262 등)과 개발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피니언은 실제 실리콘(칩)이 나오기 전에 고객사가 미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가상 프로토타입(Virtual Prototype)'을 이미 주요 파트너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뵘 부사장은 "자동차 개발 주기가 과거 5~7년에서 이제 2~3년으로 단축됐다"며 "칩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는 늦는다. 가상 프로토타입을 통한 '시프트-레프트(Shift-left, 개발 초기 단계로 앞당김)'가 핵심이며, 이를 지원하는 컴파일러, 디버거, 오토사(AUTOSAR)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은 이미 끝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피니언은 보쉬, NXP, 퀄컴 등과 함께 합작투자사 '퀸타우리스(Quintauris)'를 설립해 차량용 RISC-V의 글로벌 표준화도 주도하고 있다. 파편화를 막고 업계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공통 프로파일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날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기존에 인피니언이 막대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독자 코어 '트라이코어'와 파트너인 Arm 코어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주요 OEM들이 기존 트라이코어 기반으로 쌓아온 자산을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최재홍 인피니언 코리아 기술 총괄 부사장. [사진=배태용 기자]

이에 대해 뵘 부사장은 "우리는 Arm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RISC-V는 트라이코어나 ARM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상호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는 코어가 칩의 성능을 좌우했지만 지금은 네트워크 역량이나 AI 가속기 등 주변 장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리스크 파이브를 새로운 브랜드로 빼지 않고 기존 'AURIX' 라인업에 포함시킨 것도 고객들이 중시하는 안전 및 보안 아키텍처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재홍 부사장 역시 "샤시나 브레이크 등 전통적이고 강력한 하드 리얼타임 제어가 필요한 곳은 여전히 2035년 이후까지도 트라이코어 기반 제품이 활용될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SDV 아키텍처나 AI, 데이터 프로세싱 등 트라이코어만으로 커버하기 무거운 영역에는 전략적으로 RISC-V가 투입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자동차 업계가 보수적이라 오픈소스 기술(RISC-V) 도입을 꺼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뵘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오픈소스(리눅스 등) 기차는 이미 역을 떠났고, 하드웨어도 마찬가지 흐름을 탈 것"이라며 "인피니언의 역할은 이 오픈소스를 가져와 15년 이상의 생산 보증과 품질(Automotive-grade)을 더해 '산업화(Industrialize)'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답변했다.

인피니언은 이번 RISC-V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2027년 이후 다가올 본격적인 SDV 및 물리적 AI(로보틱스) 연계 차량 시대에서도 글로벌 MCU 시장 1위(현재 점유율 36%)의 입지를 확고히 굳힌다는 방침이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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