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 실화?…항공업계 덮친 '유류할증료' 쇼크 [헤비급브리핑]
<디지털데일리>는 한 주간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서 영향력이 큰 이슈를 선별해 집중 조명합니다. 헤비급이라는 이름처럼 시장과 산업 구조를 흔드는 무게감 있는 핵심 사건에 집중합니다. 한눈에 산업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헤비급 브리핑> 매주 일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보잉 787-10 모습. [사진=대한항공]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주요 항공사가 5월 국제선 항공권에 최고단계인 33단계 유류할증료를 적용했다. 유류할증료가 33단계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왕복 기준 유류할증료만 100만원을 넘었다. 여름휴가를 비롯해 연휴·연말을 겨냥해 여행을 준비하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권 가격이 오른다"는 부담이 커졌다. 이는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항공사들의 수익성 방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유류할증료가 뭐길래
항공권 가격은 기본 운임과 유류할증료·공항이용료를 포함한 세금 등으로 구성된다.
항공업은 연료비가 운송원가의 33~45%까지 차지할 정도로 연료비 부담이 높은 산업이다. 최근 중동 사태처럼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과 같은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를 보인다.
항공사는 기본 운임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유류비 증가분을 보전하기 위해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국제 유가에 대한 리스크를 소비자와 함께 분담하는 식이다. 유가가 급등하면 소비자에게 비용을 분담시켜 부담을 완화하고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유류할증료를 낮춰 소비자 운임 부담을 탄력적으로 낮춘다.
유류할증료는 매달 달라진다. 항공사들은 통상 전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MOPS)을 기준으로 유류할증료를 산정한다. 국제선 경우 총 33단계로 나뉜다.
유류할증료 제도는 유가 변동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에게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지만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이용객 체감 비용을 단기간에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역대급 5월 유류할증료, 얼마나 올랐나
중동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인 3월 발권 기준 유류할증료와 비교하면 5월 발권 기준 유류할증료는 5~6배가량 뛰었다.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올해 3월16일∼4월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1갤런당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로 총 33단계 중 최고 단계인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에 해당한다.
3월 유류할증료는 6단계였으나 중동전쟁 여파로 4월에는 18단계로 상승했다. 5월에는 33단계를 기록하며 2016년 유류할증료 체계 도입 이래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기준으로 5월 발권 인천~뉴욕 왕복 유류할증료만 112만8000원에 달한다. 3월 유류할증료가 19만80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가격 인상 폭이 상당하다.
대한항공은 5월1일부터 31일까지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하는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를 7만5000원~56만4000원으로 설정했다. 3월 1만3500원~9만9000원, 4월 4만2000원~30만3000원보다 크게 인상된 규모다. 두 달 사이 6배 이상 오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편도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8만5400원~47만6200원으로 공지했다. 4월 4만3900원~25만1900원과 비교해 대폭 인상됐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항공 기준 인천~다낭 왕복 항공권에 부과된 유류할증료는 3월 발권 기준 34달러(5만원)에 부과했다. 그러나 5월 발권 때는 190달러(28만원)를 내야 한다. 진에어 또한 주요 동남아 노선 왕복 유류할증료가 35만원에 달할 정도로 크게 올랐다. 과거 특가로 구매할 수 있었던 운임 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진에어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4월 25달러~76달러에서 5월 42달러~140달러로 인상됐다. 제주항공은 29달러~68달러에서 52달러~126달러로, 에어부산은 29달러~70달러에서 52달러~126달러로 변경됐다.
◆종전돼도 정상화까지 수개월
이번 유류할증료 급등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을 시작으로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탓이다. 특히 세계 해상 원유 생산량의 약 20%가 매일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항공유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심각한 압박을 받게 됐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유럽에 남은 항공유가 6주치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 항공사 상황도 녹록지 않다. 유가 상승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도 부담을 키웠다. 항공유는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항공업계는 고유가·고환율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여행객을 유치하는 LCC 타격은 더욱 클 전망이다. LCC는 저렴한 운임을 앞세워 수요를 확보해 왔지만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유류할증료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본 운임을 낮추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록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LCC는 평균 운임이 낮은 대신 높은 탑승률로 수익을 내야 하는 만큼 전반적인 여행 수요 위축에 불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류할증료가 단기간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2차 협상이 임박하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세계 원유 수급이 한 달 이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원유 생산 인프라 복구가 필요하다. 연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부터 꾀하고 있다. 4월부터 주요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고 노선 감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객실 승무원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세에 대응해 33단계 상한을 올리는 한편 유류할증료 반영 시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는 국내선 항공유에 부과되는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면제 등도 요청하기로 했다.
한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는 20일 국적 항공사 12개사 대표와 인천공항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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