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만 팔지 않는다"…LG엔솔 ESS 고마진 비결 '버테크' 뭐길래
단순 배터리 납품 넘어 설계 시공 유지보수 일괄 수주 턴키 전략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LG에너지솔루션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수익성이 경쟁사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개선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 셀이나 모듈만 납품하는 기존의 사업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설계부터 시공 그리고 유지보수까지 전체 시스템을 통째로 구축해 주는 일괄 수주 이른바 턴키 전략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부품을 따로 파는 것보다 완성된 거대한 시스템을 통째로 공급해 높은 판매 단가를 확보하고 막대한 마진을 남기는 자회사 버테크(Vertech)의 활약을 수익성 개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고 있다.
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단순한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시스템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책임지는 시스템 통합(SI) 전문 기업으로 성공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중심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시스템 통합 전담 자회사 버테크가 자리 잡고 있다.
◆ "완성형 PC처럼 다 해줍니다"...버테크가 이끄는 시스템 통합의 힘
과거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고객사인 발전소나 전력망 운영사에 배터리라는 단일 부품만 납품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거대한 인프라 시설에 들어가는 에너지저장장치는 단순히 배터리 팩만 있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의 전력을 제어하는 전력 변환 장치(PCS)와 전체 시스템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구성 요소를 하나로 묶어 거대한 인프라로 완성해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융합 과정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시스템 통합 사업이다.
일반 소비자가 컴퓨터 부품을 일일이 따로 사서 복잡하게 조립하는 대신 운영체제인 윈도우까지 모두 설치된 완성형 PC를 완벽한 사후관리 보장까지 받고 구매하는 것과 완벽하게 같은 이치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모든 복잡한 기술적 문제와 부품 간의 호환성 문제를 버테크가 알아서 해결해 주기 때문에 압도적인 편의성과 운영 안정성을 누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 통합 전문 기업을 전격 인수해 버테크를 출범시키며 이 시장을 전략적으로 개척해 왔다.
◆ 부품 팔 때와 비교해 압도적 마진...고객도 만족하는 턴키 매직
발전소 등 초대형 에너지저장장치를 필요로 하는 주요 고객사 입장에서는 설계와 시공(EPC) 그리고 장기적인 유지보수까지 단일 업체가 일괄적으로 수주해 책임지는 턴키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여러 부품사를 거칠 필요 없이 만약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원인 규명과 수리를 한 곳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전력망 운영 안정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버테크를 통해 이 모든 시스템 통합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까다로운 글로벌 고객사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주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턴키 방식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마법과도 같다. 배터리 단품만 떼어 팔 때와 비교해 전체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소프트웨어와 시공 역량까지 얹어 팔게 되면 평균판매단가(ASP)를 훨씬 높게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도 최장 10년에서 20년에 달하는 장기적인 유지보수 계약까지 자연스럽게 맺게 돼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하는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일회성 하드웨어 부품 판매를 완전히 넘어 지속 가능한 서비스 수익 모델을 완성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제조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버테크의 시스템 설계 및 운영 소프트웨어 역량이 완벽하게 결합돼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해자를 만들어냈다. 단순한 용량 경쟁이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시스템 전반의 품질과 서비스 역량으로 승부하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개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버테크를 앞세워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저가 배터리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턴키 전략은 압도적인 마진을 방어하고 시장 지배력을 굳건히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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