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갈 바엔 그만둔다”…李 압박에 금융당국 ‘엑소더스’ 우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세종·원주 이전설 나왔던 금융당국 ‘촉각’
6·3 지방선거 전 2차 이전 로드맵 발표할 듯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세종특별자치시 제2집무실의 조속한 완공을 주문하며 ‘세종 시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자, 서울 잔류를 희망해 온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공기관의 ‘수도권 잔류 최소화’ 원칙을 내세운 만큼 KDB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까지 포함한 대규모 지방 이전 로드맵이 6월 지방선거 전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퇴임식은 세종에서 하겠다”며 세종 집무실 건립을 위한 부지 조성 공사와 설계 공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 균형 발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현재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이 이전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금융위는 세종시, 금감원은 강원도 원주시나 세종시 이전설이 거론돼 왔다. 원주·강릉 등 강원 지역 정치권은 금융클러스터 확대를 명분으로 금감원 유치를 숙원 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금감원의 경우 현행법상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정부가 당론으로 추진할 경우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방 이전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이전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난달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방 이전에 대해 “금융사는 수도권과 서울에 집중된 게 현실인데 감독하는 기관이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우스울 것 같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이전설이 수그러들었지만 세종이나 부산 이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세종에는 금감원 직원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건물이 없고, 부산의 경우 금융센터에 입주할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사들과 너무 멀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 내부는 어수선하다. 산은이 부산 이전 추진 당시 겪었던 대규모 인력 이탈이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민간 금융사로의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금융위 내에서는 업무 역량이 검증된 이른바 ‘에이스’로 통하는 실무진이 돌연 휴직을 선택한 사례가 나와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복직 시점에 아예 타 부처 전출이나 민간 이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6·3 지방선거 승리 이후 동력을 확보해 금융기관 이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 표심을 겨냥해 선거 전 이전 대상 기관을 확정 발표하되, 실제 이전 시점은 선거 이후로 조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검토 단계라고 하지만 ‘수도권 잔류 최소화’라는 대원칙이 세워진 이상 금융당국이 이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 감독 기관들이 지방으로 분산될 경우 시장에 대한 실시간 대응력과 업무 효율성이 급감해 자칫 국내 금융 경쟁력 전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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