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코인 대참사 막아라”… 한은, 가상자산 ‘서킷브레이커’ 전격 제언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규모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에도 주식시장과 같은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제언했다. 운영 리스크로 인한 가격 급변동이 시장 전체의 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스템적 차단 장치가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월 발생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가상자산업계의 미흡한 내부통제가 불러온 사례로 규정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상거래로 인한 시장 가격의 급격한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거래소(KRX)식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지난 2월 6일 오후 7시쯤 발생했다. 빗썸 거래소 직원이 고객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급 단위를 원화(KRW)가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는 실수로 62만원 상당의 비트코인 대신 62만 비트코인(당시 시세 약 60조원)이 고객 계좌로 지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령 비트코인’을 받은 일부 고객들이 이를 즉시 시장에 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9800만원에서 8100만원으로 약 17% 급락했다. 같은 시각 업비트 등 타 거래소에서는 9800만원 선이 유지됐으나, 빗썸 이용자들은 가격 급락에 따른 패닉셀과 자동 손절, 담보 대출 강제 청산 등으로 인해 약 10억원 규모의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
한은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직원의 실수를 넘어 시스템 전반의 부재가 키운 ‘인재’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은 사고 발생 후 20분이 지나서야 사태를 파악했으며, 실제 거래 차단까지는 다시 20분이 더 소요됐다. 총 40분간 시장이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실무자가 테스트 계정을 확인하던 중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상급자 결재나 내부 감시 부서의 확인 없이 대규모 자산이 지급될 수 있었던 점, 내부 장부와 실제 블록체인 지갑 잔고 대조를 하루에 한 차례만 실시해 가짜 코인 유통을 즉각 걸러내지 못한 구조적 취약성도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운영 안전성을 제도권 금융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핵심적인 제언은 시스템적 안전장치 마련이다. 보고서는 “대량 주문 등 이상거래를 차단하거나 가상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거래를 일시 중지시킬 수 있는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직원 입력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는 ‘이중 확인 시스템’ 의무화, 내부 장부와 실제 잔고 간의 실시간 자동 정합성 확인 IT 시스템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시 이러한 사고 방지 대책을 법령에 반영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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