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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하인드] 한복과 한국어 떼창…'BTS, 2.0'도 좋지만 아미들의 추억도 지켜주길

조은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아리랑' 현장에서 만난 한복을 입은 아미들 [사진=조은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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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아리랑’의 두 번째 공연인 11일, 고양 종합운동장 주변은 이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아미들의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첫날 폭우 때문에 마음껏 멋을 내지 못한 아미들은 마치 오늘만 기다렸다는 듯 작정하고 한껏 꾸민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한복을 입고 댕기를 드린 아미들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를 관람했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지난 4년간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방탄소년단의 모국, 한국의 한복을 입은 아미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룹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아리랑' 현장에서 만난 한복을 입은 아미들 [사진=조은별기자]

이날 방탄소년단은 기존 히트곡들을 과감히 제외하고 지난 달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 중심의 셋리스트로 공연했습니다. 익히 알려진대로 ‘아리랑’은 한국어 가사가 거의 없는 영어 가사 위주의 앨범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인 ‘BTS 2.0’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분명 볼거리가 많은 무대였습니다.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정자형 파빌리온이 360도 무대 중앙에 설치됐고 무대 바닥도 태극기를 모티브로 설계됐습니다. 관객 입장 시간에는 국악이 울려퍼졌고 대형 스크린에는 수묵화 장식으로 한국적인 미를 알렸습니다. 민요 ‘아리랑’ 삽입으로 화제를 모은 ‘보디 투 보디’에선 LED 깃발 등을 활용해 강강술래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연유인지 한국 특유의 ‘K떼창’이 실종됐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에서 말한 “전세계인이 ‘아리랑’을 떼창하는 모습”이 나오길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민망할 정도로 ‘떼창’이 나오지 않았죠. 대부분의 가사가 영어이기 때문에 신곡을 철저하게 외워온 아미들이라면 노래를 함께 부를 법도 한데 말이죠.

그룹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아리랑' 현장 [사진=빅히트뮤직]

오히려 ‘떼창’이 터진 구간은 2018년 발표한 ‘아이돌’(IDOL)을 부를 때였습니다. “얼쑤”, “지화자 좋다” 같은 한국어 가사에 4만 여 관객의 떼창이 이어졌습니다. 흥을 못이긴 관객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탈춤에서 따온 ‘아이돌’ 춤을 따라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런 ‘한국어 떼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기자는 2018년 미국 뉴욕시티필드에서 개최한 방탄소년단의 첫 스타디움 투어를 시작으로 2019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투어까지 해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투어를 동행취재했습니다.

당시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 아미들은 아미밤(방탄소년단 전용 야광 응원봉)을 흔들며 ‘한국어’로 떼창하곤 했습니다. 진정한 ‘K컬처’ 수출현장이었습니다.

‘국뽕’은 강요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자가 해외에서 만난 아미들 중에는 삶에 지쳐있을 때 방탄소년단 특유의 아름다운 노랫말에 반해 팬이 됐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나눔’을 하다 만난 중국인 아미 마 차인팅(22)씨도 방탄소년단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다며 서툰 한국어로 기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은 지난 10년간의 챕터를 접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날의 공연은 이를 위한 분명한 선언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시그니처인 ‘칼군무’는 사라졌고 아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존 히트곡도 셋리스트에서 제외됐습니다.

리더 RM은 “멤버들 모두 서른살이 넘었다. 우리의 변화는 앞으로 오래도록 일을 같이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우리를 조금만 믿고 너그러이 변화를 지켜보고 즐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기존의 결과 사뭇 달라진 신보 ‘아리랑’에 대한 아미들의 불만에 대한 그의 답으로 풀이됩니다.

방탄소년단의 ‘BTS 2.0’은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이 쌓은 수많은 추억까지 사라지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미들이 기억하는 건 몸이 부서질 듯 각잡힌 칼군무였다는 걸, 위로받았던 순간은 한국어로 쓴 아름다웠던 가사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소속사 하이브가 아무리 ‘국뽕’을 강요한들 문화는 강제로 전파되는 ‘제품’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바랍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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