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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 프로야구 '1200만 관중'시대…유통업계도 마케팅 전쟁 격화 [D테일]

유채리 기자

[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2026 프로야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유통가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비록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WBC 2026 8강전에서 도미니카에게 7회 콜드패를 당할 정도로 한국 야구의 수준은 지난 2006년과 2009년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는 연간 1200만명의 관중수를 기대할만큼 아직 흥행 보증수표다.

국내 야구 수준을 고려하면 믿기지 않는 숫자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프로야구를 둘러싼 장외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유통 기업들도 특유의 강한 결속력과 소속감을 자랑하는 야구 팬덤을 잡기 위해 맞춤형 메뉴부터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 굿즈를 출시하는 등 전력을 다하고 있다.

◆ "한 손엔 치킨, 한 손엔 맥주"…직관 특화 메뉴 경쟁

11일 업계에 따르면 외식업계는 야구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에 맞춘 '전용 메뉴'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치킨 브랜드 bhc는 이동과 응원이 잦은 관람객을 위해 '취식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뒀다. 뼈를 발라낼 필요가 없는 순살 치킨과 한 입 크기로 즐길 수 있는 '콜팝'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야구장 인근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신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bhc 관계자는 "프로야구 관람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떠올랐다. 야구장은 고객 경험이 집중되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관람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메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더본코리아 역시 편의성을 극대화한 야구장 전용 메뉴를 론칭했다. 비좁은 관중석에서도 한 손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컵형·꼬치형 메뉴와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세트 등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 "우리 팀 굿즈는 못 참지"…소속감 겨냥한 제품 '속속'

팬들의 소속감을 자극하는 굿즈 마케팅도 치열하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스윙 포 조이(Swing for Joy, 승리를 부르는 즐거움)'를 주제로 야구 특화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팀 슬로건과 응원 타월을 형상화한 키체인이 결합돼 있는 '캔쿨러 텀블러', 구단별 유니폼을 입은 '베어리스타 키체인' 등이 대표적이다. 또 '베이스볼 팝콘&프레첼' 제품에는 야구를 즐기는 다양한 모습의 베어리스타 스티커 32종이 랜덤으로 동봉돼 있어 수집의 재미를 더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공식 스폰서인 롯데웰푸드도 소장용 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회사 대표 제품인 '빼빼로', '자일리톨', '꼬깔콘' 등 패키지에 KBO 10개 구단 디자인을 전면 적용했다.

또 팬들을 위한 특별 굿즈 기획팩도 선보였다. 기획팩마다 메탈 뱃지 또는 아크릴 키링이 포함된 랜덤 굿즈 캡슐과 선수 프로필 띠부씰이 들어 있어 팬들의 소장 욕구를 키운다.

야구장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현장 이벤트 전개도 활발하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전용 앱에서 이벤트 메뉴를 구매한 고객 중 추첨해 120명을 실제 야구 경기에 초대하는 '교촌1991 브랜드데이'를 연다. 단순 관람을 넘어 경기장 현장에서 투수·주루 체험존과 페이스페인팅 등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4월7일 한화이글스 좌완 에이스 류현진이 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프로야구 통산 7번째이자 최고령·최소 경기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 1200만 관중 시대, 단순 협업 넘어 문화 녹아들어야

유통가의 활발한 야구 팬덤 마케팅에는 한국 프로야구 특유의 응원 문화가 배경에 있다. 학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스포츠 관람을 넘어선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한다. 김정효 서울대 교수 등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나라 프로야구 응원은 매우 독창적"이라며 "단순 응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공유하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살아있는 역사이며 팬들의 열정과 감성이 응축됐다"고 했다.

전현민 경희대 교수 등의 연구 역시 "관람객들은 동료 팬들과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낀다"며 "이를 통해 경기에 대한 개인적 몰입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능동적인 관람 경험을 만든다"고 짚었다. 야구 팬들이 수동적인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팀의 구성원으로서 강력한 결속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야구 팬덤을 공략하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관중 12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누적 관객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BO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개막 2연전에만 총 21만1756명이 야구장을 찾으며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구단 로고나 캐릭터를 새기는 1차원적인 마케팅으로는 팬들에게 소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팬들이 스스로 팀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즐기고 나눌 수 있도록 팬덤 문화 자체에 기여하는 마케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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