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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사업 속도 조절" 현대차…항공 정비 역량부터 쌓는다

윤서연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국토교통부에 '항공기정비업'을 등록하고 관련 인력을 채용하며 항공 분야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사진=현대자동차]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하늘길 진출을 선언했던 현대자동차가 최근 전략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은 숨 고르기에 돌입한 대신 항공기 정비 사업에 나서며 항공 분야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월 사내 업무용 항공기 정비사 채용에 나섰다. 항공기 운항을 총괄하는 조직에서 탑승 임직원의 비즈니스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주요 업무는 B737 항공기 운항 정비를 비롯해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해외 정기점검 수행·국내 항공사 정비 지원 요청 대응 등이다.

이밖에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항공기 감항증명 관련 수검 업무를 맡고 정비 품질 향상을 위한 항공기 엔진 상태 모니터링과 분석도 수행한다. 감항성 개선 지시와 제작사 기술 지시사항을 검토·수행하는 등 기술 관리 업무도 포함된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재 전용기 3대를 보유 중이다. 2014년 구매한 협동체 항공기 1대(보잉 B737-700)와 2023년 도입한 비즈니스 제트기 1대(GVI)·헬기 1대(S-76D) 등이다. 통상 전용기는 현대차뿐 아니라 LG전자·SKT 등도 보유하며 총수를 포함한 고위 경영진의 현장 경영을 지원해 왔다. 이에 따라 운항관리사나 객실 승무원 채용도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다.

다만 현대차가 지난 3일 국토부에 항공기정비업 등록을 마쳤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자체 정비 역량 확보가 단순 효율화 수준을 넘어 항공기 운영과 정비를 통합 관리할 내부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항공기정비업을 등록했다는 건 이례적”이라며 “전용기 정비·운용은 항공사에 외주를 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데 자체 재원을 투입해 정비업을 시작하는 건 다른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추진해온 UAM 사업은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미래항공교통 법인 슈퍼널은 20208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UAM 기체 S-A2 모형을 공개했지만 산업 성장 속도가 더뎌지면서 지난 2월 조직 규모를 대폭 줄이는 등 인력 재편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신재원 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송재용 최고전략책임자(CSO)·데이비드 맥브라이드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경영진이 잇달아 사임하며 사업 방향 재정비에 나선 분위기다.

당초 UAM은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했으나 국토부는 기체 확보와 글로벌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개발·인증 난이도 등을 이유로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연기했다. 민간 주도 서비스는 2030년으로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eVTOL이 이착륙할 수 있는 ‘버티포트’는 2027년 중 고양 킨텍스 부지에 구축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해당 거점을 ‘상용화형 도심항공 종합실증 거점’으로 지정해 실제 상용 운항과 유사한 환경에서 안전 기준과 운영 절차를 검증할 계획이다. 정부가 단계적 접근을 택한 만큼 현대차 역시 인력 재정비 등 관련 요소를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대차는 UAM 사업에서 기체를 담당하는 주요 기업이다. 비행 고도 제한이나 실증 환경 등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체 개발만 단독으로 앞서 나가기 어렵다는 점도 속도 조절 배경으로 거론된다.

또한 형식증명(감항)과 운항 승인·조종·정비 인력 체계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은 데다 수익성 확보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UAM 사업을 검토했다가 경제성을 따지며 발을 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현대차 같은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만이 막대한 투자로 상용화를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외적으로는 슈퍼널 인력 감축 등 항공 관련 사업 전반에서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지만 항공기 정비 사업 진출과 관련 인력 확보는 향후 항공기 운용·유지보수 역량을 축적해 UAM의 상용 운항과 운항 승인까지 고려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총 210억달러(약 3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중 63억달러를 로보틱스·인공지능(AI)·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AAM) 분야에 투입해 미국 현지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슈퍼널에 1940억원을 출자하는 등 재원 투자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UAM 사업 경쟁력 확보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업무용 항공기에 대해 기존보다 향상된 정비를 하기 위함이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UAM 상용화가 늦어지는 사이 자율주행·AI·로보틱스 전환이 가속화되며 UAM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도 달라지는 분위기”라며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가 함께 맞물려야 하는 산업인 만큼 관련 역량을 확보해 시장이 열릴 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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