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넘어 ‘에이전트 OS’로… 당근·배민이 슬랙을 쓰는 법

정찬종 세일즈포스코리아 차장(왼쪽부터), 이예찬 당근마켓 엔지니어, 이청규 우아한형제들 담당 [사진=세일즈포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매년 연말 사내 슬랙에서 가장 많이 쓴 이모지 톱10을 전사에 공유한다. 1·2·3위는 해마다 비슷하다. 박수, 엄지척, 감사.
이청규 우아한형제들 엔지니어는 “이 수치가 공유되면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나도 모르게 갖게 된다”고 했다. 슬랙에 새 기능이 추가되면 하루 만에 구성원들이 활용 시나리오를 만들어 꿀팁으로 퍼뜨리는 자발적인 문화도 생겼다. 협업툴이 조직문화를 설계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세일즈포스 코리아가 8일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연 슬랙 기자간담회 현장에는 국내 대표 애자일 조직인 당근과 우아한형제들 엔지니어가 나란히 자리했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 ‘슬랙 네이티브’에 가장 가까운 조직으로 꼽힌다.
두 회사가 슬랙을 핵심 업무 기반으로 삼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맥락은 닿아있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투명성을 꼽는다. 모든 논의 채널을 공개 채널로 유지하다 보니 의사결정 순간의 맥락이 고스란히 쌓인다. 대표적인 예로 당근은 2015년 창업자들끼리 나눈 대화를 지금도 슬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 담당자가 와도 히스토리를 바로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 엔지니어는 “슬랙이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 조직의 살아있는 기억이자 민첩한 실행의 기반”이라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연결성에서 가치를 찾는다. 슬랙 기업용 환경을 통해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글로벌 조직, 수천개 파트너사와 슬랙으로 연결돼 있다. 이청규 엔지니어는 “내부를 넘어 외부 생태계까지 사람과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슬랙이 해주고 있다”고 했다.
업무 방식의 변화는 개발 조직부터 시작됐다. 당근은 내부 배포 도구를 슬랙과 연동했다. 과거엔 VPN을 켜고 로그인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배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슬랙 알림에서 버튼 하나로 끝난다. 대화 중 이모지를 달면 업무 티켓이 자동 생성되는 방식도 활용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라·컨플루언스를 슬랙과 연동해 이슈 확인부터 권한 요청과 승인까지 슬랙 안에서 완결한다. 이청규 엔지니어는 “여러 시스템을 오가던 흐름이 슬랙 중심으로 모이면서 가장 피곤하게 느껴졌던 컨텍스트 전환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변화는 비개발 조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근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구성원들이 워크플로 빌더를 활용해 스스로 자동화를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사 발령, 권한 신청 같은 정형 업무가 워크플로를 통해 처리되면서 부서 간 업무 요청의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명확한 가이드가 없으면 요청해도 되는지 머뭇거리게 되는데 워크플로 절차가 세팅돼 있으니 접근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도 조직별 서포트 채널에 워크플로우를 연동해 문의를 접수받는다. 초기엔 단순 접수에 그쳤지만 이제는 비개발자들이 채널에 쌓인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반복 질문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청규 엔지니어는 이를 ‘운영 2.0’이라 표현했다.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AI 에이전트의 기반이 됐다. 당근 사내 AI 에이전트 ‘카비’는 슬랙 채널에서 호출하면 쿼리 생성, 리포트 작성, 에러 분석 등 개발 업무 전반을 처리한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특정 기능이 왜 사라졌는지 히스토리가 불분명했는데 카비에게 물었더니 슬랙에 축적된 대화 기록을 뒤져서 언제, 누가, 왜 없애기로 했는지까지 찾아줬다”며 “슬랙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슬랙이 AI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기반, 즉 에이전트 OS가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강조한 건 도구보다 선행 조건이다. 이청규 엔지니어는 “AI를 제대로 쓰려면 결국 데이터가 잘 쌓여 있어야 하고 그게 실제 업무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당근과 우아한형제들이 슬랙에서 AI 에이전트를 자연스럽게 운용할 수 있는 건 수년간 업무 데이터와 의사결정 맥락이 한 곳에 쌓인 덕분이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AI 혁신은 결국 컨텍스트 싸움”이라며 “에이전트가 진짜 가치를 발휘하려면 살아있는 컨텍스트가 모인 곳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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