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알쓸신기] ⑥ "내 폰 배터리도 추위를 탄다?"…조기퇴근, 왜?

김문기 기자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장벽은 높아만 갑니다. 산업 현장의 소식을 빠르게 전해온 <디지털데일리>는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기술의 세계를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로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시리즈를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일상을 움직이는 핵심 산업 기술을 하나씩 풀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

추운 겨울 아침, 등굣길이나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집에서 나올 때 20% 정도 남아있던 배터리가 갑자기 5%로 뚝 떨어지거나, 심지어는 전원이 꺼져버리기도 한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됐나?" 싶어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다시 숫자가 올라가는 기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배터리는 왜 유독 추위에 약한 것일까. 이는 배터리가 전기를 담아두는 단순한 통이 아니라, 끊임없이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화학적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너무 추우면 근육이 굳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처럼, 배터리 내부도 온도에 따라 그 활력이 완전히 달라진다.

갤럭시 S26 울트라. 카메라 섬이 두드러진 뒷면. [사진=옥송이기자]

◆ 냉장고 속 꿀처럼 끈적해진 '전해질'

배터리의 원리와 관련해 리튬이온이 양극(호텔)과 음극(캠핑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라고 비유한 바 있다. 이 셔틀버스가 달리는 길은 '전해질'이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다.

문제는 온도다. 전해질은 액체이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지면 점도가 높아진다. 마치 냉장고에 넣어둔 꿀이나 시럽이 끈적끈적해지는 것과 같다. 상온에서는 물처럼 찰랑거리며 리튬이온들이 빠르게 헤엄칠 수 있었지만, 영하의 추위에서는 전해질이 끈적해지면서 이온들이 이동하는 데 엄청난 저항을 받게 된다.

이온들이 제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전압이 순식간에 떨어지는데, 스마트폰의 뇌(AP)는 이를 "에너지가 다 떨어졌다"고 오해하고 기기를 보호하기 위해 전원을 차단해 버린다. 이것이 우리가 겪는 '배터리 조기 퇴근'의 정체다.

리튬이온을 이동시켜 주는 매개체인 전해질 [사진=삼성SDI]

◆ 전기차의 겨울나기, 2026년형 '열관리' 혁신

스마트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전기차다. 덩치가 큰 만큼 배터리 용량도 크지만, 겨울철 히터 사용까지 겹치면 주행거리가 평소보다 20~30%가량 줄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러한 '겨울 공포증'은 고도의 열관리 기술로 극복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에는 '히트펌프(Heat Pump)' 시스템이 필수로 탑재된다. 이는 모터나 인버터 등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버려지는 열)을 알뜰하게 모아 배터리를 데우거나 실내 난방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또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출발 전 미리 배터리를 예열하는 '프리컨디셔닝(Pre-conditioning)' 기능도 보편화됐다.

특히 2026년형 최신 모델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통해 외부 온도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배터리가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골디락스 온도(약 25도)'를 유지하도록 정밀하게 제어한다. 추운 날씨에도 급속 충전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충전소 도착 전 미리 온도를 올리는 지능형 히팅 시스템은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됐다.

[사진=현대자동차]

▶ '알쓸신기' 토크 어바웃 - 온도에 휘둘리지 않는 '꿈의 배터리'를 향해

산업적 시각에서 배터리의 저온 성능 저하는 에너지 전환 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겨울에는 못 타는 차'라는 오명은 전기차 대중화를 방해하는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우리는 이 한계를 두 가지 방향으로 돌파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전해질의 진화다. 영하 20도에서도 얼지 않고 낮은 점도를 유지하는 '저온 특화 전해액'이 상용화되면서 배터리의 기초 체력이 강해졌다. 두 번째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다.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라면 온도가 낮아져도 끈적해질 걱정이 없다.

결국 배터리 기술의 종착역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에너지'다. 2026년을 기점으로 K-배터리 기업들이 보여주는 고도의 열관리 솔루션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국가적 기술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

▶ 알쓸신기 키워드 번역기

·내부 저항: 전기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힘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이 저항이 커져서 배터리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

·전해질 (Electrolyte): 배터리 안에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액체 길이다.

·점도 (Viscosity): 액체의 끈적거리는 정도다. 온도가 낮으면 점도가 높아져 이온들의 이동을 방해한다.

·히트펌프: 에어컨의 원리를 거꾸로 이용해 버려지는 열을 모아 난방에 쓰는 장치다.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지키는 '에너지 알뜰 주부'라고 보면 된다.

·프리컨디셔닝: 출발 전에 배터리를 미리 '준비 운동(예열)' 시키는 기능이다.

김문기 기자
moon@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