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에스파 섭외하고 LoL 후원까지…조선·철강사 "MZ세대 취향 공략"

김유진 기자

'[현대제철X빠더너스 문쌤] 축하합니다! 면접 전 이 강의를 들었다면 당신은 행운아' 영상. [사진=현대제철 유튜브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조선·철강 등 이른바 '중후장대' 업계가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e스포츠 후원부터 MZ세대 직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케이팝(K-POP) 아이돌과 협업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후장대 기업들 홍보 대상이 젊은 층에 맞춰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인기 K-POP 아이돌·유튜버와 협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거칠고 위험하게만 느껴지던 당진제철소를 배경으로 걸그룹 '에스파'와 뮤직비디오 형식 협업 영상을 촬영해 화제를 모았다.

에스파가 당진제철소를 배경 삼아서 'dirty work'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쇼츠 영상은 6일 기준 약 1억67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국내 팬은 물론 해외 팬들에게도 현대제철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셈이다.

유명 유튜브 채널과 협업도 이어졌다. '[현대제철X빠더너스 문쌤] 축하합니다! 면접 전 이 강의를 들었다면 당신은 행운아'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구독자 236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문상훈이 등장해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현대제철 취업 특강을 진행한다.

문상훈은 현대제철 기술력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설명하며 취준생들에게 현대제철만의 장점을 소개했다.

다소 무겁고 보수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철강산업의 이미지를 탈피해 MZ세대와 취준생에게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공식 후원 영상. [사진=LCK 유튜브 갈무리]

포스코는 2025년부터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공식 후원사로 활약 중이다.

포스코는 '철에는 판타지가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젊은 세대에게 철강을 친근하게 전달하고 친환경 제철 기술 등 기업의 지속 가능한 이미지를 알리려는 취지로 후원에 나섰다.

LCK는 대한민국 최상위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 리그로 LoL e스포츠 6대 리그 중 하나다.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페이커' 이상혁이 이끄는 T1도 LCK에서 활동 중이다.

포스코는 게임 속 인기 캐릭터가 사용하는 무기인 '다리우스의 도끼'를 자사의 고망간강 신소재를 활용해 실제 크기로 제작해 전시했다. 이는 곧 게임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신소재 홍보를 MZ세대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기업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포스코의 공식 LCK 후원 영상을 본 유튜브 이용자 '25e***'는 "역대급 기업 마케팅"이라며 "포스코에서 쓰는 신소재 설명도 하면서 기업 이미지도 젊게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철에는 판타지가 있다는 문구 자체가 심장을 뛰게 만든다", "포스코 입사하고 싶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HD현대의 '스튜디오 흗'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들. [사진=스튜디오 흗 유튜브 갈무리]

HD현대는 MZ세대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회사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HD현대는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회사를 알리기 위해 2023년 사내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흗'을 개설했다. 이 채널을 통해 딱딱하기만 했던 기업 문화를 MZ세대의 관점에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스튜디오 흗 채널은 MZ세대로만 구성된 '사없기획팀'(사장님 결재 없이 기획하는 팀)이 담당한다. 팀장급 관리자의 결재 없이 팀원 간 자유롭게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HD현대 입사하고 서민통 치유된 썰', '채용담당자는 챗GPT로 쓴 자소서 잡아낼 수 있을까' 같은 콘텐츠가 조회수 10만회를 넘기며 큰 인기를 모았다.

HD현대 사없기획팀 관계자는 "HD현대는 중공업이라는 업의 특성상 MZ세대들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며 "어렵고 생소한 기술로 회사를 소개하기보다 친근하게 HD현대를 알리고자 MZ다운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가 재밌어서 찾아오는 채널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동시에 젊은 세대 사이에서 HD현대 인지도를 높여 기존에 막연하기만 했던 중공업 그룹으로서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 친숙한 HD현대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
euge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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