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잠 안 와서 먹었는데"…다음날 '약물 운전' 단속에 걸렸다

유채리 기자

지난 3월20일 오전 1시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교차로에서 20대가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경찰 순찰차와 택시, 승용차 등 3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사진은 사고가 난 현장.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경찰이 약물 운전 처벌 강화법을 본격 시행 중인 가운데 적발된 운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은 불법 마약이 아닌 수면제 '졸피뎀'인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관련 당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 감정관팀은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국과수에 의뢰된 약물 운전 사례 1046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약물 운전 사례 중 의료용 마약류가 전체의 5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비마약류 약 성분이 41%였으며 필로폰이나 대마 등 불법 마약류는 4%에 그쳤다.

특히 의료용 마약류 중에서는 진정과 수면을 돕는 중추신경 억제 약물의 검출 빈도가 높았다. 불면증 치료제로 쓰이는 졸피뎀은 3년간 370건이 검출돼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알프라졸람(144건), 플루나이트라제팜(126건) 등 불안과 수면장애 처방 약물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약물은 각성 수준을 낮추고 반응 속도와 운동 기능을 저하시켜 사고 위험을 높인다.

비마약류 중에서는 진정 작용으로 졸음을 유발하는 항정신병약 쿠에티아핀(108건)과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주로 검출됐다. 반면 불법 마약류는 필로폰(28건), 대마(19건) 순으로 나타나 합법적인 의약품에 비해 검출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찰은 약 복용 자체가 처벌 대상은 아니며 정신이 몽롱해지는 등 실제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행위가 단속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약을 처방받을 때 전문가에게 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졸음 유발 약물을 복용했다면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연구팀은 단순히 약물 검출 여부만으로 처벌하기에는 개인별 대사 차이나 치료 목적 복용 등 변수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약물 운전 판단을 위한 표준 절차와 정교한 운영 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찰은 현재 국과수 등과 함께 혈중농도 및 운전금지 기준을 연구 중이며 오는 5월31일까지 구체적인 단속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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