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로봇에 일자리 뺏길라"…현대차 등 완성차 3사 노조, 고용 대책 촉구

윤서연 기자
4월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윤서연기자]
4월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윤서연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6)에서 피지컬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한 이후 자동차 업계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자동차 산업 공급망과 일자리 보호’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 산업 전반의 인공지능(AI) 전환과 고용 문제에 대해 정부와 기업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공정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확산된 고용 불안 우려 속에 마련됐다. 금속노조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방식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금 제조업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자동화와 AI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신규 채용은 줄고 기술 변화는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디지털 전환은 노동자에게 일자리 축소와 양극화로 돌아올 것”이라며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로봇 도입에 따른 직접적인 고용 영향 우려도 제기됐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 발표 이후 단체협약에 따라 신기술 도입 전 노조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4월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윤서연기자]
4월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윤서연기자]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아틀라스 도입 계획은 로봇과 자동화만 있을 뿐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다”며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배분과 고용 안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내 완성차의 차체·도장 자동화율은 90~100%에 육박한다. 그러나 자동차를 최종 조립하는 의장라인은 아직도 30% 안팎에 불과하다. 단순 작업으로 보여도 사람의 유연성과 숙련을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 속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현실화되면서 현장 불안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아틀라스 투입 소식에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고용과 관련된 사안은 협약에 따라 철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더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완성차뿐 아니라 1~3차 부품사를 포함하면 약 300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로봇 도입은 영세·중소 사업장의 단순 공정부터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 안정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직무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와 한국GM 노조 역시 자동차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고용 불안을 언급하며 정부와 기업 역할을 요구했다.

강성호 기아지부장은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기아는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줄고 비정규직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 연장이 채용을 막는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아는 전날 2년 만에 최대 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규모도 2025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대해 강 지부장은 “신규 채용과 관련해 노조와 합의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미래차 전환 계획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GM은 최근 공장 설비 업그레이드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6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3억달러는 신규 프레스 도입 등 생산 시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남은 3억달러 투자 방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안규백 한국GM지부장은 “글로벌 본사 전략에 따라 생산 축소나 철수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에 놓인 것”이라며 “이는 GM뿐만 아니라 KG모빌리티와 르노도 겪고 있는 산업 전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지원 방식은 산업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다음으로 넘기는 방식에 불과하다”며 “단순 지원을 넘어 국내 생산 유지와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산업 정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4월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공급망-일자리보호'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윤서연기자]
4월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공급망-일자리보호'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윤서연기자]

이날 금속노조는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안건을 청와대 노동비서관실에 전달했다. 자동차 산업 전환 과정에서 정부·기업·노동자가 함께 공급망과 일자리 보호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박 위원장은 “올해 투쟁은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라며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조선·전자 등으로 확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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