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xBTS]② "퀸 라이브에이드 공연처럼"…슈퍼 IP 탄생 신호탄

지난 19일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오른쪽)와 김용희 선문대 교수와 만나 인터뷰했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퀸(Queen)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사례처럼 슈퍼 지적재산권(IP)이 탄생하는 국면은 항상 새로운 미디어와 함께 등장해왔습니다.”(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21일 저녁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BTS 컴백 공연을 전 세계에 동시 송출한다. 단일 플랫폼이 글로벌 단위에서 대형 라이브 중계를 구현하는 첫 사례다. 성공 여부에 따라 콘텐츠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이번 시도가 성공할 경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지난 19일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와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이번 사례는 단순한 라이브 이벤트가 아니라 콘텐츠 유통 구조 자체를 바꿀 전환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 수억명 동시 접속…BTS 라이브, ‘패러다임 전환’ 시험대
넷플릭스는 최근 몇 년간 라이브 스트리밍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2023년부터 시상식과 스포츠 중계를 시작으로 복싱·WWE·NFL 등 대형 이벤트까지 범위를 넓히며 라이브 역량을 시험해온 상태다. 최근에는 ‘프리 솔로’ 등반으로 유명한 알렉스 호놀드의 타이베이 101 맨몸 등반을 글로벌 라이브로 선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 교수는 이 같은 시도를 기존 라이브 중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건으로 봤다. 과거에는 TV가 중심이었고 이후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라이브가 확산됐지만,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단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동일한 시간과 품질로 대형 공연을 송출한 사례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성민 교수는 “지금까지 대형 라이브는 방송사나 망 사업자들이 협업해 구현해온 영역인데, 이를 개별 콘텐츠사업자(CP)가 직접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예시로 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그 경험 자체가 장기적인 팬덤과 문화적 기억으로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역시 MTV와 위성방송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결합되면서 지금의 상징적 위상을 만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BTS 컴백 공연은 기존 시도와 비교해도 규모와 파급력 측면에서 한 단계 높은 도전으로 평가된다. 수억명 단위 동시 접속이 예상되는 만큼 기술적 부담 역시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적 난이도 역시 상당하다. 주문형비디오(VOD)는 콘텐츠를 사전에 분산 저장할 수 있지만 라이브는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 영상을 수집하고 인코딩해 수억 대 기기에 동시에 전송해야 한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전 세계 이용자의 요청이 몇 초 안에 집중되는 구조인 만큼 안정적인 송출 자체가 고난도의 과제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이번 시도를 “역사적 순간”이라 묘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희 교수는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오픈 커넥트’를 기반으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와 직접 연결된 전송망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기에 라이브 전용 로드밸런싱, 다중 인코더 장애 대응, 이용자 환경에 맞춘 적응형 비디오 인코딩 등 SVOD에서 축적한 기술을 라이브에 적용해 수백만 명 동시 접속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은 국가 단위로 권역이 나뉘고 유튜브는 알고리즘에 의존해 도달이 확률적인 반면, 넷플릭스는 이미 결제 관계가 형성된 가입자 기반에 직접 도달할 수 있어 확산 속도와 확실성이 모두 높다”고 덧붙였다.
◆ 광화문, 한국판 타임스퀘어 되나…넷플릭스 라이브 베팅의 의미
하지만 글로벌 동시 송출을 위한 기술 인프라 구축과 대규모 이벤트 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이번 중계 자체만으로 넷플릭스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측면에서 이번 시도는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감수한 도전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왜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걸까.
넷플릭스는 ‘글로벌 동시 송출 기반 라이브’라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기존 공연 시장은 현장 관람과 VOD 소비로 양분돼 있었지만, 그 사이를 메우는 중간 영역은 사실상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라이브 수요가 충분히 형성될지, 새로운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이는 결국 구독자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를 넘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에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월 구독료에 의존하는 OTT 수익 구조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성민 교수는 “지금까지 공연시장은 현장이 최상위, VOD가 그 아래에 있는 구조였는데 그 중간이 비어 있었다”며 “넷플릭스의 라이브는 그 중간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접속해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프리미엄 가치가 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번 도전이 성공할 경우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 경험하는 ‘이벤트형 소비’가 하나의 독립된 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번 BTS 라이브는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공연 전후로 판매된 도심 디지털 옥외광고(DOOH) 광고 상품이 조기 완판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 시간대 전후 주요 매체는 넷플릭스가 일괄 구매했으며, 광화문 일대 KT, 동아일보, 조선일보, 일민미술관, 광화문역 7번 출구 인근 등 핵심 거점이 모두 판매를 마쳤다.
이성민 교수는 “광화문을 뉴욕 타임스퀘어처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벤트 공간으로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라이브를 계기로 관광과 도시 브랜드로 확장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계기로 VOD 플랫폼을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용희 교수는 “라이브는 비용 자체만 놓고 보면 적자 구조지만 가입자 생애가치(LTV) 관점에서는 효율적인 투자로 기능한다”며 “2024년 NFL 경기로 유입된 신규 가입자의 45%가 이후에도 구독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브 콘텐츠는 건너뛸 수 없는 실시간 시청 환경을 만들어 광고주에게 가장 높은 주목도를 제공한다”며 “연간 200건 이상의 라이브 이벤트와 대형 스포츠 중계권 확보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결국 플랫폼을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 OTT 라이브, 소비 넘어 IP 비즈니스로…“콘텐츠 권력 이동 시작”
이번 시도로 라이브 시장의 권력 중심이 방송사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용자가 더 이상 편성 시간표가 아닌 관심 있는 콘텐츠를 기준으로 실시간 시청을 선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OTT는 VOD와 라이브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통합하며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플랫폼 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라이브는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VOD·숏폼·커머스로 확장되는 IP 비즈니스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용희 교수는 “OTT는 라이브 과정에서 시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데이터 기반 피드백 구조는 기존 방송과 달리 콘텐츠 생태계의 운영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이성민 교수는 “글로벌 중계를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는 향후 월드투어, 콘텐츠 기획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이번 라이브로 수요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화하는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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