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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앞두고 또 중계권 갈등 ‘우려’…“졸속 대응으론 답 없다”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오는 6월 월드컵을 앞두고 시청권 우려만을 이유로 졸속 대안을 마련한다면 방송 선진국이 지향하는 방향을 우리가 이끌기는커녕 뒤만 쫓게 될 것입니다.”

한석현 서울 YMCA 실장은 20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주최한 ‘바람직한 월드컵 중계 및 보편적 시청권 제도개선 방안’ 공개 시민간담회에서 “졸속적인 행정으로 이번 상황만 넘기려 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이번 사태 역시 JTBC 독점 중계 계약 당시부터 충분히 예견된 문제”라고 밝혔다.

◆ 중계권 갈등 원인은 가이드라인 부재유럽은 ‘가이드라인+강제 조정’

이번 논란은 JTBC의 올림픽 단독 중계에서 촉발됐다. JTBC가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과 2026~2030년 FIFA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확보한 가운데 지상파 3사와의 재판매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동계올림픽은 JTBC와 네이버를 통해서만 시청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보편적 시청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중계권 가격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느 실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이 같은 중계권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협상 가이드라인 부재’가 지목됐다. 발제를 맡은 조영신 동국대 교수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확보한 중계권을 공영·무료 방송에 어떤 기준과 가격으로 재판매할지에 대한 틀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유럽은 가이드라인과 강제 조정 권한을 통해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중계권 가격 상승률이 과거 최대 80%에서 25% 이하로 낮아진 사례도 확인됐다.

그는 “유럽은 독점 프리미엄을 가격 산정에서 제외하고 시장 환경에 맞는 기준을 설정한다”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규제당국이 승인 자체를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광고 수익 구조에서는 과거 기준이 아닌 현재 환경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고 기반 수익 구조가 흔들리면서 방송사 역시 중계권 투자 회수가 어려워진 환경도 이야기됐다. 광고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상승한 중계권료를 과거와 같이 광고만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된 것이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는 “올림픽과 월드컵은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중요한 행사이지만 현재 방송 환경은 상업화가 심화되며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공공성과 충돌하는 구조”라며 “광고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방송사에만 책임을 지우는 규제 방식이 적절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규제뿐 아니라 국민 관심 행사에 대한 중계권 지원 등 콘텐츠 지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이 같은 지원이 없다면 국내 방송사의 중계권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결국 글로벌 OTT에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포용적 시청권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도 “이번 갈등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계권료와 미래 예측이 어려운 협상 구조에 있다”며 “국내 방송사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입찰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 중계, 보편적 시청권 침해와 분리해봐야…현장선 현실론도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단독 중계를 시청권 침해 논란과 분리해 봐야한다고 봤다. 이번 갈등은 결국 단순한 사업자 간 문제가 아니라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조 교수는 영국 ‘iPlayer’ 등 공영 기반 온라인 플랫폼을 사례로 들며 “한국은 공영방송 기반 OTT가 부재해 공공 영역에서 시청권을 보장할 수단 자체가 부족하고 상업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며 “이 환경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시청자가 유료방송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료 지상파’ 개념은 과거의 틀에 가깝다”며 “보편적 시청권은 공영방송이 책임지는 최소 보장선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편적 시청권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패널에선 제도 개선의 필요성 공감하면서도 당장 월드컵을 앞둔 상황에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당장 올 6월11일~7월19일까지 개최될 예정인 북중미 월드컵도 방송사 간 중계권 협상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정섭 대한축구협회 실장은 “월드컵이 9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 논의보다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접근성과 채널 선택권을 높이는 방향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단독 중계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채널 다양화와 중복 중계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권일 컬링대표팀 감독 역시 “동계패럴림픽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하나의 채널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중계됐다면 더 큰 반향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비인기 종목은 강제적 노출 없이는 주목받기 어려운 만큼 최소 편성 기준이 필요하며. 패럴림픽 중계는 사회적 포용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보편적 시청권 논의에 반영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독점 여부에 급급해선 안 된다…중장기 현안 분리·접근해야

단기 대응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석현 실장은 “그간 연구와 논의가 지속됐음에도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간담회를 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방미통위는 중계권료 구조와 미디어 환경 변화는 방치된 채 방송사에만 책임을 묻고 있다”며 “현행 방송법 체계로 보편적 시청권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제도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독점 여부를 넘어선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독점 중계 과정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단순히 독점 여부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다”라며 “보편적 시청권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만큼 월드컵 등 단기 현안과 제도 개선이라는 장기 과제를 분리해 공익적 책임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곽진희 방통위 국장은 “현행 제도는 가시청 가구 90% 기준만 충족하면 단독 중계가 가능하고 공동협상 권고 역시 강제력이 없어 재판매 협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후 규제에 머무는 체계로는 글로벌 OTT까지 가세한 중계권 경쟁 속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월드컵을 문화적 공공재로 보고 무료 지상파 및 디지털 환경에서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법제 정비와 함께 컨소시엄 등 미디어 공조 체계 구축과 오프콤과 같은 사전 승인제 도입 등 규제 수단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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