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없는 5층까지…쿠팡 로저스, 與 의원과 심야 배송 동행 [종합]

[사진=쿠팡]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쿠팡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과 함께 새벽배송 현장에 직접 나섰다. 그간의 강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부·정치권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로저스 대표는 전날(19일) 오후 8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6시 30분까지 경기도 성남 쿠팡 야탑 배송캠프에서 염 의원과 새벽배송 체험을 진행했다. 체험을 마친 뒤 로저스 대표는 “앞으로도 안전하면서 선진적인 업무 여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체험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염 의원이 제안한 ‘야간배송 동행’을 로저스 대표가 수용하면서 추진됐다. 당시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실제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번에 현장 체험이 성사됐다.

[사진=쿠팡]
◆운동화 ‘질끈’…엘리베이터 없는 주택 계단배송도=이날 새벽배송 체험이 이뤄진 경기 성남의 쿠팡 야탑 배송캠프에는 로저스 대표가 먼저 도착해 염 의원을 기다렸다. 로저스 대표는 염 의원에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면서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의원실과 이렇게 협력해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고, 염 의원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조율해 맞춰 고맙다”고 말했다.
염 의원은 “(쿠팡이)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가족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이 소중한 애국이라 생각한다”며 “(배송체험을 통해) 다른 택배기사 노동 조건, 현장 사정을 같이 느끼고 개선하는데 도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준비 체조와 배송 교육, 상차 작업을 거친 뒤 성남 야탑역 인근 아파트와 도촌동 주택가 일대 배송에 나섰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에서 계단을 오르며 프레시백을 전달하는 등 실제 배송 기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각각 쿠팡 직고용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와 별도 차량을 이용해 다른 구역에서 배송을 진행했으며, 유사한 수준의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송을 마친 뒤에는 다시 캠프로 복귀해 상차 작업을 반복하는 등 전 과정을 소화했다. 이후 성남시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염 의원은 체험 직후 “새벽배송이 이뤄지는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장시간 야간 노동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체감했고, 소분·상차·배송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퀵플렉서 체험 당시에는 물량이 많아 쉴 틈 없이 작업을 이어갔던 반면, 이번에는 고용 형태와 물량 조정에 따라 노동 강도 차이가 있었다”며 “이 같은 구조적 차이가 과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강경 이미지 탈피…정부·정치권에 유화 제스처=한편 유통·택배업계에서 정치권 인사 요청에 따라 기업 대표가 직접 배송 업무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로저스 대표의 ‘유화 제스처’로 보고 있다. 앞서 2024년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쿠팡 남양주 캠프 현장 점검을 시도했으나 출입이 제한되며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번 체험을 계기로 정치권과의 소통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저스 대표는 최근 현장 중심 행보를 강화해왔다. 지난 12일에도 배송캠프를 찾아 새벽배송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으며, 정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외 대응에서도 이전보다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쿠팡은 농어촌 상생과 전통시장 활성화 등 정책 기조에 맞춘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99원 PB 생리대’ 출시를 시작으로 지방 농산물 매입 확대와 전통시장 기획전 등을 추진 중이며, 딸기 약 3000톤 매입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쿠팡의 주간 활성 이용자 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2600만명대로 감소했다가 최근 2800만명 이상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기존의 고자세 이미지를 벗고 현장 중심 경영과 대외 소통을 강화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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