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수부지엔 이게 딱"…80년 아모레 내공, 챗GPT에 심었다

오픈AI 앱에 출시된 '아모레몰'에 피부 고민을 질문했다. [사진=아모레몰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유채리기자] "속건조가 심한 수분부족지성(수부지) 타입이야. 나한테 맞는 화장품이나 스킨케어 제품이 뭔지 모르겠어."
19일 아모레퍼시픽이 오픈AI의 '챗GPT'에 출시한 앱 '아모레몰'에 친구랑 대화하듯 편하게 묻자 몇 초 만에 명쾌한 해답이 돌아왔다.
단순히 제품 5종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분을 잡기보다 수분을 채우고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며 각 제품을 추천한 정교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어 "잡티도 고민이라 레티놀을 써야 하는 데 기존 화장품과 어떻게 조합해야 하나"는 꼬리 질문에도 피부 유형에 맞는 사용법과 맞춤형 루틴을 제시했다.
방대한 뷰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내놓은 답변은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던 제품 선택의 고민을 단숨에 걷어내기 충분했다.
다양한 성분의 홍수 속에서 내 피부에 맞는 '최상의 조합'을 찾지 못해 유목민 생활을 하던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피부 컨설턴트'가 나타났다.
◆ '아모레 카운슬러'의 진화…시간으로 만든 디지털 뷰티 인사이트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몰은 국내 뷰티업계 최초로 챗CPT 앱스토어에 진출했다는 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 십 년 간 현장을 누빈 '뷰티 카운슬러'의 노하우를 디지털로 이식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고객 상담용 AI 챗봇 '아모레챗'을 선보이는 등 AI 고도화에 공들여왔다.
이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강조한 'AI 퍼스트(우선)'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서 회장은 지난해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10년 후 매출 15조원 목표 달성"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구성원의 일상 업무부터 고객 접점까지 밸류체인 전반의 AI 전환을 추진하겠다"며 AI를 통한 사업 운영 혁신을 선언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서경배 회장, 9월 4일 80주년 창립기념식 비전 선포 장면. [ⓒ아모레퍼시픽]
그간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는 재작년 맞춤형 메이크업 솔루션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AI 뷰티 미러'에 AI 기반 피부 분석 기술을 탑재해 전시했다.
이 솔루션은 카메라 기반 광학 진단 기술을 활용해 피부의 모공·홍반·색소·주름 상태를 정밀분석하고, 45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 '더마' 열풍 속 정밀 검색 시대…데이터가 곧 경쟁력
뷰티 산업이 AI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소비 중심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브랜드명이나 기능만 검색하지 않는다.
화해 2026 뷰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성분, 피부 타입, 사용 목적까지 결합한 정밀 검색이 구매 여정의 시작점이 되고 있다. 특히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이 급성장하며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 추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더마뷰티 유닛'을 신설하고 AI 기술 융합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제안하는 과학적 근거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은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이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더마 카테고리가 회사의 핵심 성장 축으로 안착했다"며 "글로벌 사업 권역도 확대하고 있다. 기초와 색조, 헤어까지 아우르며 미국과 유럽 전 지역 온·오프라인 글로벌 성장을 이뤄내며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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