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운명의 두 달’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이냐 청산이냐

왕진화 기자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2025.3.16 [ⓒ연합뉴스]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한다고 밝혔다.2025.3.16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두 달 연장했다. 이번 가결 기한 연장은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서 시간을 확보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하나는 구조혁신과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이 다시 영업 정상화의 궤도에 오르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 회생 계획의 현실성이 약해질 경우 보다 근본적인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5월 4일까지 2개월 연장했다. 이는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우선 투입하기로 한 1000억원을 통해 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대금 등 시급한 채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또한 회생 계획이 최종적으로 인가되지 않더라도 이 자금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점을 감안해 이해관계인에게 큰 불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연장은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아직 결론보다 과정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 여러 차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며 운영 구조 개편과 자금 조달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3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을 통해 긴급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DIP 금융이란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이 기존 경영권을 유지한 채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금융 구조다.

이러한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집행하며 회생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두 차례에 걸쳐 500억원씩 투입된 이 자금은 임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정산 등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자금 집행 과정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개인 자산이 담보로 제공되기도 했다. 회생 절차가 실패하더라도 해당 자금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함께 제시됐다. 대주주가 일정 수준의 책임을 지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홈플러스는 매월 500억원 수준의 운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직원 급여(상여금 포함)와 입점점주 정산금, 세금 및 공과금, 임차료 등 미지급금은 100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회복하지 않는 한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장기적인 정상화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회생 계획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이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2004년 출범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GS더프레시 등과 함께 국내 4대 SSM 브랜드로 꼽힌다.

이는 홈플러스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자금 확보 측면에서 일정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매각이 지연된다면 회생 계획 자체의 현실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이 지난 1월 홈플러스에 ‘청산형 회생안’ 작성 허가를 언급했던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회생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청산을 전제로 한 절차로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산이라는 선택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홈플러스가 직접 고용한 인력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유통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최대 10만명에 이르는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생과 청산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유다. 다만 계획된 구조혁신안을 모두 완료하고 영업이 정상화되면 2028년에는 영업이익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게 홈플러스 측 주장이다.

한편 한국 유통 산업은 이미 빠르게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생존 방식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 절차의 다음 단계는 오프라인 유통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라며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결론을 맞이하게 될지에 대한 판단은 2개월 동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