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내준다"…구글 지도 반출, 韓 산업계 대응은(종합)

3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신동빈 안양대학교 교수(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한 번 넘어가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국가 손실이다. 구글의 '내비게이션용 지도'라는 꼼수에 속아 3만 종사자의 생계와 인공지능(AI) 주권을 통째로 내어줄 것인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진단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산·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 결정을 두고 이처럼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다.
신성범·권영진 의원(국민의힘)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신동빈 안양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19년 만에 빗장이 풀린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가져올 파급력 및 절차적 문제점에 대한 의견이 공유됐다.
◆"AI 학습 시작되면 1년 내 통제 불능…구글 꼼수에 당할 것"
학계를 대표해 나선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은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와 산업계의 의견 수렴이 철저히 배제됐음을 지적했다.
안 회장은 "구글이 국내 서버에서 데이터를 가공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AI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하기 시작하면 1년 안에 자체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라며 "결국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크기에 AI 파생 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통제권이 명문화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과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이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 토론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또한 안 회장은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구글 등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보유하지 못한 데이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도 데이터의 경우 1대2만5000 축척과 1대5000 축척은 정보량에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데이터를 국내 기업과 동일한 조건으로 해외 기업에 제공하게 된다면 로봇 등 피지컬 AI 산업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이번 사태를 '데이터 활용권의 해외 이전'으로 정의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AI가 현실을 이해하는 핵심 좌표 데이터"라며 "한 번 학습된 데이터는 돌려받을 수 없는 비가역적 자산인데 이를 민간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입법적 통제를 벗어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절차적으로도 비공개 심의와 일방적인 위원 교체 등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행정심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3만 종사자 길바닥 내앉을 판…'내비게이션 지도'는 위장막"
위광재 지오스토리 최고비전책임자(CVO)는 산업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의 절박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정부가 구글 꼼수를 눈감아주고 반출을 허가했다는 것"이라며 "보안 이슈를 피하기 위해 정밀 지도가 아닌 내비게이션 지도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1조원이 투입된 정밀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광재 지오스토리 최고비전책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또한 위 CVO는 "황소개구리 한 마리가 생태계를 파괴하듯 이번 결정으로 공간정보 산업 종사자 3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며 울분을 토했다.
반면 국내 기술력 강화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은 "구글에 1대5000 지도를 줬다면 우리는 1대1000 초고정밀 지도를 더 빨리 제작해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우리에게는 2만6000명의 전문가와 촬영용 비행기 30여대가 준비돼 있다"며 "약 5000억원의 재원만 마련된다면 초고속으로 최고 지도를 만들어 해외로 역수출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산업 정책 드라이브 걸 것…6월 중 기본계획 수립"
관계 부처 패널로 참석한 김태형 국토교통부 공간정보제도과장은 이번 결정의 무게감을 인정하면서도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태형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장(왼쪽)이 토론 내용을 말하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김 과장은 "우리나라의 1대 5000 지도는 전 세계 4개 국가만 보유한 최고 품질인 데 구글이 이를 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퀄리티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과장은 "공간정보 산업 정책이 그동안 다소 침체되어 있었다는 점에 공감하며,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며 "오는 6월까지 마련할 '제4차 공간정보 산업 진흥 기본계획'에 학계와 업계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담아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채성오기자]
좌장을 맡은 신동빈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조건부 반출이 이미 결정된 시점인 만큼, 이제는 정보 주권 상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창조적인 대응 방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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