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미래에셋 ‘가상자산 야망’ 제동?…당국·민주당 ‘지분 34% 제한’ 가닥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가상자산 시장을 향한 네이버와 미래에셋 등 거대 자본의 ‘빅 픽처’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최대 34%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안의 가닥을 잡으면서 기존의 공격적인 M&A와 지배구조 설계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1일 정치권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TF와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 통합안에 대해 내부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협의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이번 안의 핵심은 지분 상한선을 법률에는 20%로 명시하되 시행령을 통해 예외적으로 최대 34%까지 허용하는 구조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거래소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를 차단하고, 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100% 자회사 노리던 네이버·92% 인수한 미래에셋, 지배구조 개편 ‘비상’
이 같은 규제 방향이 현실화될 경우 두나무-네이버 연합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업비트)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네이버페이와 업비트를 결합한 초대형 핀테크 플랫폼을 구축하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특정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전부 취득하고 기존 주주들에게 자사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은 막대한 현금 투입 없이 신주 발행만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두나무를 완전히 수직 계열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이 변수로 떠올랐다. 특정 법인이 거래소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는 지배구조 분산을 강조하는 규제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두나무는 지분 분산 구조를 새로 설계하거나 기존 주주 체제를 유지하는 등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한, 합병 시에 해당 법인을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지만 지분 규제 변수로 인해 해당 구상 역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주식 교환이 완료될 경우 지분 구조는 송치형 회장(19.5%), 네이버(17%), 김형년 부회장(10%) 순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송 회장 개인 지분만 보면 ‘대주주 지분율 20%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만, 공동 창업자인 김 부회장이 특수관계인으로 묶이면 합산 지분이 29.5%에 달하게 된다. 이 경우 규제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4위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미래에셋그룹 역시 규제 영향권에 들어왔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NXC와 SK스퀘어의 지분을 모두 흡수하며 코빗 지분 92.06%를 확보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이 48.49%, 배우자 김미경 씨가 10.15%의 지분을 직접 보유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58.64%에 달하는 사실상의 가족 회사로, 통합안이 통과될 경우 미래에셋은 법인 대주주 상한선인 34%를 맞추기 위해 보유 지분 가운데 약 58%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기에 금융계열사가 아닌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최대주주라는 점도 변수다.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도입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역시 시장의 관심사다.
◆시장 충격 완화 위해 ‘4년 유예’… 빗썸·고팍스·코인원도 영향
당정은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법 시행 이후 3년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 법 제정 후 시행 준비 기간 1년까지 고려하면 대주주들은 약 4년 안에 지분 정리와 지배구조 개편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주요 거래소들 역시 규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현재 빗썸의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는 73.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규제를 맞추려면 약 39.56%를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역시 고팍스(스트리미) 지분 67.5%를 보유하고 있어 법 시행 시 절반 수준인 33.5% 안팎까지 지분을 낮춰야 한다.
창업자 중심 경영을 이어온 코인원도 예외가 아니다. 지분 53.4%를 보유한 차명훈 대표 역시 개인 대주주 기준이 적용될 경우 상당한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배구조를 법인 중심 체제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이처럼 대규모 지분 물량을 소화할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제적인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대주주들이 막대한 물량을 헐값에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이를 받아낼 수 있는 곳은 사모펀드나 대형 금융지주 정도에 불과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이 해외 자본으로 넘어갈 수 있고 산업 혁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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