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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현장]이게 최선일까… 올림픽공원역 노상에 방치된 K팝 해외팬들 캐리어들

조은별 기자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지난 8일,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올림픽공원 역사를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사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형형색색의 캐리어들이었다.

역사 앞 한 곳만 차지한 게 아니었다. 짐을 놓을 수 있는 조형물 근처에는 어디든 캐리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라이즈와 FNC엔터테인먼트 그룹 소속 피원하모니가 각각 공연을 펼치는 날이었다.

라이즈는 KSPO돔에서, 피원하모니는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구 핸드볼 경기장)에서 각각 월드투어 ‘라이징 라우드’ 앙코르 공연과 ‘2026 피원하모니 라이브 플러스테이지 에이치 : 모스트 원티드 앙코르 인 서울’을 개최했다.

두 팀 모두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팀이다 보니 이들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한 한국을 찾은 해외 팬들의 캐리어다.

해외 K팝 팬덤이 국내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2, 3세대 K팝 그룹 콘서트 때는 볼 수 없었던 캐리어 행렬은 팬데믹 이후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K팝 그룹 공연이 금지된 중국 팬들의 짐이 대부분이라는 전언이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지드래곤, 세븐틴 등의 공연 때도 이같은 캐리어 행렬이 종종 등장했다.

K팝 그룹의 콘서트가 2~3시간 가량 진행되다보니 각 기획사들은 짐 보관소를 따로 운영한다. 다만 짐보관소에 모든 캐리어를 맡을 수는 없고, 공연장에는 캐리어 반입이 불가능하니 이렇게 역사에 놓고 간다는 것이다.

캐리어를 놓고 가면 분실되지 않을까 걱정한 건 기우였다. 공연 내내 팬들의 캐리어를 맡아 주는 신종 아르바이트도 생겨났다.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중국인이며 위챗으로 현금을 이체하면 공연 내내 이들의 짐이 분실되지 않도록 나름의 관리를 한다.

캐리어 주인 중에는 공연 관람 뒤 당일 비행기를 타고 고국으로 출국하는 팬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굿즈’를 싹쓸이해 고국에서 되팔이하는 ‘리셀러’들의 짐도 제법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국내 K팝 팬들 사이에서도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이날 올림픽공원역에서 만난 국내 노점상들은 “K팝 팬들이 공연을 하는 날이면 이런 캐리어들이 역사를 차지하곤 한다”며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누리꾼들은 “외국인이 돈을 받고 공공장소에서 짐을 지켜주는 게 맞는 일일까”, “신종 공연문화인가”, “창조경제가 따로 없네”라는 반응이다.

올림픽공원을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측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계도 방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팬들이 짐을 놓고 가는 역사 인근이 공원과 서울지하철공사의 관리가 겹치는 곳이라 단속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해외 팬덤이 강한 K팝 그룹이 공연할 경우 소속사 측에 팬들에게 캐리어를 놓고 가지말라고 요청해달라 당부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팬들의 자발적인 관람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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