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첫 연간 흑자’ 컬리…결국 증명해낸 새벽배송 수익모델[트렌D]

왕진화 기자
[사진=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컬리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새벽배송 강자’ 컬리의 사상 첫 영업이익 흑자 소식인데요.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조3671억원, 거래액은 3조534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131억원을 기록했지요.

사실 수치만 놓고 보면 규모가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기록은 국내 시장에서 단순한 실적 개선 이상의 함의를 갖습니다. 10년간 “이 모델로 이익을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온 새벽배송 기업이 구조적 가능성을 숫자로 증명했기 때문인 것이지요.

컬리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 가운데 하나를 고집해 온 기업입니다. 상품을 직접 사들여 관리하는 직매입 구조와 신선식품에 특화된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는 재고 부담과 물류 비용, 새벽배송을 위한 인건비 등까지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을 필두로 급격한 경쟁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 시기 시장의 질문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바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모델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컬리는 이 질문에 대해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기보다 차별화의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신선식품 품질 관리와 배송 경험을 핵심 경쟁력으로 유지하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상품군을 얹는 방식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핑크 제니를 첫 모델로 기용해 유명세를 탔던 ‘뷰티컬리’입니다. 신선식품 플랫폼이 비식품, 특히 화장품을 판매한다는 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개최된 ‘컬리뷰티페스타 2025’에 1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사진=컬리]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개최된 ‘컬리뷰티페스타 2025’에 1만60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사진=컬리]

당시 컬리는 자사 고객층이 뷰티 소비자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전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뷰티컬리는 지난해에도 고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플랫폼의 또 다른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눈여겨 볼 점은 사업 구조의 변화가 상품군 확장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픈마켓(3P) 서비스와 풀필먼트 사업도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이 영역의 거래액은 지난해 54.9%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와 협력해 선보인 컬리N마트 ▲서비스 권역 확대 ▲해외 법인 구축 등 플랫폼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도 이어졌습니다. 신선식품 중심의 단일 구조에서 다양한 거래 흐름이 만들어지는 구조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류 시스템의 효율 개선도 주효했습니다. 김포·평택·창원 물류센터 운영을 고도화하면서 주문 처리 효율이 개선됐고, 매출원가율은 전년보다 1.5%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판관비 비율은 0.2%p 증가에 그쳤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그 결과 매출 증가가 그대로 수익 극대화를 가져왔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동시에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흐름이 확인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에 띈 변화는 바로 이용 행태입니다. 컬리를 단순한 신선식품 구매 채널이 아니라 ‘주 장보기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인데요. 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30% 이상 증가했고, 유료 멤버십 가입자도 14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플랫폼이 특정 상품 구매 서비스에서 생활 소비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초기 단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컬리 연도별 경영 실적 현황. [사진=컬리]
컬리 연도별 경영 실적 현황. [사진=컬리]

이 성과는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을 남깁니다. 이번에 기록한 영업이익 131억원은 흑자라는 상징적 의미와 달리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작은 수준이고요. 영업이익률도 0.5%에 머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모델의 가능성은 증명됐지만, 그 모델이 얼마나 큰 규모로 확장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시장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기업공개(IPO) 가능성으로 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습니다. 컬리는 지난 2022년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었지만 시장 환경 악화로 계획을 접은 바 있는데요. 흑자 전환은 상장 재도전을 논의할 수 있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실적은 목표 달성이라기보다 시험 통과에 가까워 보입니다. 직매입과 새벽배송이라는 비용 구조 속에서도 플랫폼이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컬리에게 남는 질문은 그 구조가 얼마나 크게, 그리고 오래 확장될 수 있느냐겠지요. 앞으로의 행보 역시 상장 도전보다는 지속적인 수익 구조를 증명하는 것에 더 우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를 위해 올해도 컬리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집중하며 달립니다. 먼저 올해 2월 도입한 자정 샛별배송 등 신규 물류 서비스를 기반으로 물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컬리는 수익 구조 다각화를 통한 성장성 강화 전략도 지속적으로 추진합니다. 컬리N마트, N배송 등 네이버와의 협업 사업을 지속 강화하는 동시에, 퀵커머스 ‘컬리나우’ 서비스 지역 확장도 계획 중입니다.

또한 식단관리 앱 ‘루션’과 유튜브, 큐레이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신규 고객의 유입 채널을 다각화하는 한편, 유료 멤버십 ‘컬리멤버스’ 혜택을 강화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 제고를 진행하는 등 고객 확대 통한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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