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 쇼크에 요동치는 증시…증권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수 기회” [증시레이더]

3월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97포인트(0.02%) 오른 5584.87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8.26포인트(3.43%) 오른 1154.67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롤러코스피’ 코스피 “지정학적 이벤트 단기 조정”
차주 반도체·2차 전지 등 낙폭과대 업종 반등 예상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지난주 국내 증시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며 전례 없는 변동성을 경험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물리적 충돌은 글로벌 해상 에너지 물동량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으로 이어졌고,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코스피는 한 때 12% 이상 급락하며 5000선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코스닥도 14% 가까이 추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다만, 급락세를 보이던 증시는 이틀만에 급등하며 지난 6일까지 연이틀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냉·온탕 증시에 투자자들의 차분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8일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반등이 V자형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 폭락이 펀더멘털(기초체력)의 훼손보다는 지정학적 이벤트에 따른 단기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낙관론의 배경에는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끄는 반도체의 견고한 이익 전망치가 자리잡고 있다.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도 메모리 안전 재고 확충과 보수적인 설비투자 기조가 맞물리며 반도체 공급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수요 폭증 속에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예견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난 6일 삼성전자는 18만2000원, SK하이닉스는 92만4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양사의 주가는 장중 5% 넘게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전날 종가 대비 1%대 하락해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이번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각각 27만5000원, 154만원으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7만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키움증권도 각각 26만원, 130만원으로 올렸다.
최근 증시 거래 구조가 ETF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것도 대형주 중심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6조원 규모의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말 14.4조원에서 지난달 말 19조원까지 넘어섰다. 이중 반도체 업종은 거래 대금 비중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계자금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도 1월 106조원, 2월 118.7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신용거래융자도 1월 30.3조원, 2월 32.7조원까지 확대됐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위험회피가 단기간 가격에 반영되면서 고베타 업종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된 성격이 강하다”며 “반면 예탁금이 늘었고, ETF거래대금이 급증했으며, 신용융자가 확대되며 거래 활동이 강화되는 등의 조합은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려운 조건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책 모멘텀도 대기 중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상법 개정안)’ 등 밸류업 관련 입법 움직임은 저PBR 종목과 대형주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음 주 시장은 전쟁 공포를 털어내고, 반도체의 견고한 실적과 정책적 수혜라는 본연의 가치로 시선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다음 주(9일~13일) 코스피 예상 밴드를 5400~6000pt로 제시했다. 해당 기간 증시는 낙폭 과대에 따른 ‘안도 랠리’ 시도와 물가 지표 사이의 눈치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1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2.4%)에 부합한다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지되며 반등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이슈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극단적 우려에서 벗어나며 우선 낙폭과대 업종 종목 중심의 반등이 전개될 가능성 높다”며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전력기기 등 낙폭과대 업종이 먼저 반등한 이후 한국 정책 모멘텀이 있는 금융, 지주 및 코스닥 시장으로 상승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관건은 중동 전세의 전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 고유가와 장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며 금융시장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전쟁이 1년 이상 중장기로 접어들 경우 유가뿐 아니라 곡물 가격 상승 압력 확대로 코스피가 3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보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전쟁 등 지정학적 충격 이후 금융시장은 일정 기간 변동성을 겪지만 이후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적 가시성이 높은 반도체와 밸류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한 선별적 접근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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