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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초점]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운명전쟁 49’, 왜 실패한 ‘K무속’ 서바이벌이 됐나?

조은별 기자
디즈니+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디즈니+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 지난 2월부터 디즈니+에서 공개된 무속 예능 프로그램 ‘운명전쟁49’가 ‘재편집’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진출한 글로벌 OTT가 기공개된 방송분을 재편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은 ‘운명전쟁 49’ 2회부터 비롯됐다. 방송에서 참가자들은 제작진이 제시한 특정 인물의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과제를 받았다. 단서로 주어진건 사망자의 이름, 얼굴 사진, 출생 시각, 사망 일자 등 신상 정보였다. 사망자는 지난 2001년 3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 당시 건물 내부에서 숨진 고(故) 김철홍 소방교였다.

방송 후 김 소방교의 조카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제작진이 영웅이나 열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취지라고 설명해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고인의 누나에게 확인해 봤다. 동의는 받았는데 저런 내용은 아니었다면서 당황스러워했다. 저런 거였다면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회차에서 2004년 강력 사건 피의자를 검거하던 중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故) 이재현 경장의 사인 추리 정확도를 평가하며 무속인과 MC 전현무가 ‘칼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디즈니+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디즈니+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논란이 확산되자 전현무는 소속사를 통해 “출연자의 발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그대로 언급하였고, 표현의 적절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 그로 인해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인의 유가족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제작진은 지난 달 세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 27일 발표한 마지막 사과문에서는 “저희의 부족과 불찰로 상처 입으신 유가족과 소방 및 경찰 공무원들, 시청자께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작진은 유가족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말씀을 경청해왔다. 그 뜻을 받아들여 해당 부분을 재편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저희의 부족과 불찰로 상처 입으신 유가족과 소방 및 경찰 공무원들, 시청자께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주신 의견을 새겨 제작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사과에도 불신 깊어가는 무속 예능

디즈니+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디즈니+ '운명전쟁49' [사진=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는 49명의 무속인들이 다양한 미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화제 속에 시즌3까지 제작을 앞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의 모은설 작가가 메인 작가로 나섰고 JTBC와 스튜디오아예중앙이 제작을 맡았다.

무속이나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2024년 1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도 무속이 소재다. 이외에도 SBS ‘신들린 연애’, SBS플러스 ‘신빨토크쇼 귀묘한 이야기’, 티빙 ‘MBTI VS 사주’ 등 무속인 중심 예능 프로그램과 SBS ‘귀궁’, tvN ‘견우와 선녀’ 등 젊은 무속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나왔다.

해외에서도 샤머니즘 예능은 인기다. 넷플릭스 ‘타일러 헨리: 죽음 너머를 읽다’를 비롯, ‘타일러 헨리, 영혼과의 라이브토크, ‘28일 유령의 집에서’ 등 샤머니즘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제작됐다.

문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진의 인식이다. 무속은 과학적이 영역이 아닌만큼 특정 미션이나 출연자의 부적절한 발언 등은 신중하게 편집하고 다가갔어야 했다. 특히 고인의 사인 추리 미션은 꼭 필요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만듦새가 부적절했다. 가장 상처받았을 고인의 유족에 대한 예우가 사라지면서 단순히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

사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무속인들이 손을 들고 먼저 답을 얘기하는 전근대적인 정답 맞히기 시스템 역시 ‘흑백요리사’ 제작진과 같은 작가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예능의 본질은 재미지만 방송으로서 객관성,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감수성을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운명전쟁49’의 ‘자승자박’은 세계 최초 K무속 서바이벌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오답노트’로 남을 전망이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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