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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권 균열下] 스포츠 공론장의 밀도, 왜 낮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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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JTBC의 밀라노 월드컵 단독 중계를 두고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상파3사와의 재판매 협상 결렬로 책임 공방도 이어지는 형국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단순한 ‘누가 잘못했는가’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과 광고시장 위축 속에서 기존 방송 중심의 국내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격변의 기로에 섰다. 당장 오는 여름 –이 예정된 가운데 본 기획은 갈등의 책임을 따지기보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중계권 제도와 시장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그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황대헌 등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마친 대한민국 선수단이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바야흐로 유료방송 3000만 회선 시대다.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은 물론 OTT와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플랫폼은 다변화됐다. 과거 정부가 취약계층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했던 환경과는 다르다.

하지만 체감은 엇갈린다. 플랫폼은 늘었지만 올림픽과 월드컵을 둘러싼 공론장의 밀도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계에선 미디어 산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중계권 갈등 속에서 보도 노출까지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결과로 분석한다. 선택지는 다양해졌지만 정보 확산은 오히려 제한되는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 보편적 시청권이 뭐길래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 행사를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개념이다. 특정 방송사 중심의 제한된 채널 환경에서 그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지상파 외에 실질적인 대안 수단이 없던 시대적 환경 속에서 마련됐다”며 “1990년대 영국에서 스카이B(SkyB)가 유료방송으로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해 가입자가 아니면 시청이 어려워진 상황을 바로잡고자 도입한 것이 제도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동·하계 올림픽과 FIFA 월드컵 중 국가대표 출전 경기는 90% 이상, 아시아경기와 WBC 등은 75% 이상 가구가 시청할 수 있도록 ‘보편적 시청권’을 규정하고 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2005년 IB스포츠의 단독 계약과 2006년 SBS의 단독 중계를 둘러싸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권 침해와 공공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고 일부 대회에선 중계·보도 축소로까지 이어졌다”며 “이 같은 분쟁이 반복되면서 2007년 방송법과 2008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편적 시청권이 법제화됐고 2009년 방통위 고시로 적용 범위가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 지상파 직접수신 2%… 흔들리는 ‘보편적 시청권’의 전제

하지만 과거와 같은 의미의 보편적 시청권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이 이미 보편화됐고 OTT까지 확산되면서 ‘지상파를 통해서만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3623만 회선으로 집계된 반면 지상파를 안테나로 직접 수신하는 가구 비율(직접수신율)은 2% 미만에 그쳤다.

유건식 성균관대 교수는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전국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는 현재의 환경에서 보편적 시청권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며 “현재 보편적 시청권은 공영방송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고 보는데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에 동의하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 JTBC의 밀라노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계기로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재점화됐다.

JTBC가 스키·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최가온 선수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순간을 놓친 것이 기폭제가 됐다. JTBC와 지상파 간 재판매 협상이 무산되면서 단독 중계가 이뤄졌고, 지상파 중계가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며 논란은 보편적 시청권 문제로도 확산된 것이다.

◆ 단독 중계=침해?… 핵심은 ‘정보 확산 구조’

다만 전문가들은 단독 중계권 확보 자체를 곧바로 시청권 침해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JTBC 채널과 네이버(치지직)를 통해 무료 중계를 병행한 만큼 시청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논란의 핵심은 ‘접근 가능 여부’보다는 ‘정보 확산 구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지상파 재판매 협상이 무산되면서 주요 장면이 뉴스 등을 통해 폭넓게 재노출되는 경로가 제한됐고, 그 결과 체감 열기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중계방송권 공동계약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며 “단독 중계권 확보를 곧바로 보편적 시청권 침해로 보는 주장은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밀라노 동계올림픽의 낮은 체감 열기 역시 다양한 방송영상 접근 매체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구조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부는 집단적 동시 시청을 통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집단적 소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중계권 미보유 방송사의 취재가 제한되는 것은 IOC 규정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논의에선 중계권과 보도 기능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다. 방송 매출은 줄고 중계권 확보 비용은 커지는 구조 속에서 중계권 보유 사업자는 협상 우위를 지키려 하고 비보유 사업자는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론장 파편화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 스포츠 기구가 자본력 중심 입찰 구조를 강화하면서 중계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긴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취재권도 중계권 체계 안에 포함돼 있어 중계권을 보유한 방송사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며 “취재 접근 제한은 산업 경쟁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 권리 차원에서 일정 범위의 영상 제공을 정부가 이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누가 중계하나’보다 ‘어떻게 설계하나’…중계권 거래 구조 시험대

이에 전문가들은 보편적 시청권 논의를 채널 중심 보장에서 중계권 거래 구조 설계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넷플릭스처럼 뉴스 기능이 없는 글로벌 OTT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중계할 경우 지금과 같은 ‘보편적 시청권 침해’ 프레임이 그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라며 “무료 접근 범위, 하이라이트 개방 수준, 수익 배분 구조 등 거래 규칙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2020 도쿄올림픽에서 BBC조차 디스커버리에 밀려 완전 중계를 하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 IOC·FIFA가 자본력 중심 입찰 구조로 전환한 상황에서 국내 방송사 간 갈등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 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본질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영국의 ‘지정 행사(Listed Events)’ 제도를 참고한 절충형 모델이 거론된다. 다만 동일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영국에서도 유료방송과 OTT 이용자가 지상파 시청자를 넘어선 상황에서 무료 지상파 우선 보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며 “이후 BBC와 유료 매체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OTT와 리니어 실시간 방송이 공동으로 중계권을 확보하거나, 독점 중계를 허용하되 동시 무료 스트리밍을 의무화하는 절충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 대표는 “‘조건부 독점’ 모델이 현실적일 수 있다”며 “독점 중계는 허용하되 동시 무료 스트리밍 의무화와 일정 길이 이상의 하이라이트·보도용 클립 개방을 공공성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영국식 완전 사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며 “독점 금지만으로는 재정 역량이 보장되지 않고 IOC·FIFA의 계약 상대방 선택권을 국내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제 계약 자유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적 공동구매 체제는 공정거래법과의 긴장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며 “호주의 ‘안티 호딩’ 규칙처럼 단독 확보 사업자에게 공영방송 재판매 의무나 뉴스 보도 목적의 핵심 장면 무상 제공을 법제화하는 절충적 접근이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코리아풀 재설계론… 가능성은 ‘미지수’

업계 일각에선 절충 모델의 실행 장치로 과거 ‘코리아풀’의 재설계도 거론된다. 코리아풀은 국제 스포츠 중계권 공동협상체로, 기존에는 지상파 3사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과거에도 참여 사업자의 이탈로 실효성이 약화된 전례가 있는 만큼 단순한 부활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대표는 “코리아풀을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선의의 제도로만 접근하면 실효성 논쟁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참여 사업자가 경쟁 우위를 포기할 유인이 부족하고, 선형 방송 중심 설계로는 스트리밍·클립 권리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 우선권이나 스트리밍 광고 수익 배분 등 경제적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IOC·FIFA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단일 사업자와 계약하는 구조에서 연합 입찰은 근본적으로 불리하다”며 “협의체의 법적 지위와 공동 협상권을 명문화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편 논의에선 진흥과 규제의 균형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스포츠 중계권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규제를 일방적으로 강화할 경우 투자 위축과 사업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국내 방송미디어 제도의 특성과 경로의존성을 고려하면 스포츠 이벤트를 전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기기에는 수요 기반이 충분치 않다”며 “중계권 독점이 투자와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지만, 과거 지상파 3사 공동 중계 당시에는 차별화된 중계를 위한 경쟁이 이뤄졌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우선할지, 시장 경쟁과 투자를 유도할지를 정책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며 “시장 위축과 사업자 경영 악화를 감안하면 이를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국내 중계권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글로벌 빅테크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며 “국내 플랫폼의 기술·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의 접근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보편적 시청권 논의는 특정 채널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OTT 확장과 국제 입찰 구조 변화 속에서 공공성과 시장 경쟁을 어떤 규칙 아래 조율할 것인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가 어떤 기준과 책임 구조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향후 중계권 시장의 방향 역시 달라질 전망이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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