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클리배터리] 美 관세 변동에 K-배터리 '예의주시'… 현지화 전략에 실린 힘

고성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배터리레이다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린 레이다가 이차전지·에너지 이슈를 들려드립니다. <배터리레이다>에서는 금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뉴스를 선정해, 보다 쉽게 풀어드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배터리레이다와 함께 놓친 이차전지·에너지 이슈, 체크해보시죠.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공세적인 관세 정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무역확장법을 활용해 국가별 및 품목별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죠. 특히 배터리에 대한 신규 관세에 검토도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습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가 대형 배터리·주철 및 철제 부품·플라스틱 배관·산업용 화학물질·전력망·통신장비 등 6개 산업 대상으로 신규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검토될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무역법 232조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규 관세 검토는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른 대안으로 풀이됩니다. 국가별로 차등해 부과했던 관세를 집행할 수 없게 되자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관련 관세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죠.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보편관세 15%를 무역국가 상대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다만 이 조항은 최장 150일간만 유효합니다. 이에 따라 안보 위협 조사 등으로 시간이 걸리는 무역법 232조, 301조 등을 활용해 중장기적인 관세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WSJ도 관세가 일단 시행되면 세율 등 세부 내용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 수호는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모든 합법적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별도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식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금속 함량에 따라 그룹별로 분류해 차등 관세율을 적용하되, 기존처럼 금속 가격만이 아니라 제품 전체 가격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WSJ는 이 경우 명목 관세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과세 기준이 확대되면서 실제 납부 세액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방침 아래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령 요건 등을 충족하기 위해 현재 미국 수요의 대부분을 미국 현지 공장에서 공급을 타진하고 있죠.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 비중이 미미해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 업체들은 미국 내 현지 생산 거점이 전무합니다. 따라서 지금도 43.4%라는 높은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는 관세 부담이 앞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업계에서는 관세 조치가 현실화 될 경우 K-배터리 반등의 핵심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구조 때문입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 점유율은 약 4%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죠.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향후 수년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AI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막대한 규모의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전력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례해 전력망 안정을 위한 ESS 수요 역시 빠르게 팽창하고 있죠. 실제 북미 ESS 출하량은 2025년 97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179GWh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미국 내 전력 회사와 빅테크 기업들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배터리 수출 통제 움직임과 트럼프 리스크 회피를 위해 미국 ESS 시장 내에서 적극적인 '탈중국' 움직임이 시작된 가운데 이번 관세 검토는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이 '중국 중심'에서 '한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2025년 9월 30일부로 예정된 IRA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진입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면 보조금 축소분을 상당분 상쇄할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됩니다.

전기차(EV) 캐즘으로 신음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구축해 둔 미국 현지 생산 인프라가 든든한 방패이자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거대한 북미 ESS 수주전의 승패를 가를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단순한 보조금 축소나 관세 인상을 넘어 중국산 배터리의 원천 진입을 막는 강력한 구조적 장벽"이라며 "전기차 캐즘으로 위축됐던 K-배터리에겐 AI 데이터센터발 ESS 특수를 온전히 독식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인 만큼 북미 현지 ESS 전용 라인 전환과 수주 싹쓸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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