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말뿐인 전략산업?…“위원회부터 꾸려라”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전초기지로 K-콘텐츠 전략산업화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5일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K-미디어 콘텐츠의 국가전략 산업화: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디어 콘텐츠가 단순히 문화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외교 통상 안보에 준하는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K-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크게 증가하며 성장했다. 방송영상 부문 K-콘텐츠는 지난 10년 동안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약 7.6배 이상 확대되고 수출액 규모도 약 4.2배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면서 수출액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3년과 2024년 사이 넷플릭스 내 K-콘텐츠 비중은 약 7%를 차지하는 등 K-콘텐츠가 미국 다음으로 2위권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확대됐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글로벌 OTT 플랫폼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수출액은 증가했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익은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최근 3년 GDP 대비 방송사업 매출 비율은 0.2% 감소했으며 매출액 6000억원 감소했다.
이 교수는 “K-콘텐츠 영향력이나 위상이 국내 생태계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편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산업 경쟁은 글로벌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국가 지원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라며 “K-콘텐츠의 성과가 국내 산업의 자산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 체계가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K-콘텐츠의 ‘국가전략산업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된 것과 같이 K-콘텐츠 산업도 이에 준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행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르면 국가전략산업 지정 때 핵심 기준은 국가 경제 안보, 공급망 안정, 성장 잠재력, 기술난이도, 미래혁신성 등이다. 법 자체가 ‘산업 또는 기술’ 전반을 포괄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어 해당 법안을 콘텐츠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 의견이다.
이 교수는 “다만 현행법은 첨단기술 산업 중심 설계라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첨단기술 결합 영역 부분을 적용하거나 별도 입법해 제도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법적 근거와 더불어 정책 내 산업의 지위 격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화 작업 구심점 역할을 할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현재 영상·방송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로 분산돼 있다.
최근 법안 개정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한 방송 진흥 정책 기능을 과기정통부로부터 이양받았으나, OTT 등 스트리밍 미디어 관련 기능은 여전히 세 부처로 분산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도 123대 국정과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문화 강국 실현’을 강조하고 나섰다”며 “문화 산업이 하나의 성장축이라고 직접 이야기를 한 만큼 K-미디어 콘텐츠 국가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전략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국가전략위원회를 구성하기 앞서 법률별 주도 부처가 다른 문제점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가상융합산업진흥법, 콘텐츠산업진흥법 등이 있고 이를 통제하는 컨트롤타워는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혜성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박사는 “법률 컨트롤타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며 “구체적 행동 계획 단계에서 기존 법률의 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략산업화를 통한 국가 재원 활용도 중요하지만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는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교수는 “국가재원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민간 투자를 효율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라며 “영국의 경우 콘텐츠 투자의 25% 정도를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캐시리베이트’ 제도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내 광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광고 규제 완화도 언급됐다. 결과적으로 미디어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은 광고 매출을 통해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실장은 “광고 매출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며 “인터넷과 모바일 영역에 광고 매출 상당 부분을 빼앗겨 왔는데 이제는 방송과 유사한 영상 콘텐츠 서비스인 넷플릭스에도 광고 매출을 빼앗기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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