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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 라이프] “봄꽃이 아니라 먼지 폭탄”…봄철 알레르기, 왜 더 힘든가

이안나 기자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리매공원을 찾은 입장객이 활짝 핀 매화 사이에서 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파가 기승을 부렸지만 이제 낮 기온이 서서히 오르며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완연한 봄이라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두꺼운 패딩 지퍼를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알레르기 환자들의 긴장은 높아진다. 아침저녁 찬바람과 낮 동안의 큰 일교차 속에서 “콧물 감기인 줄 알았다가 알고 보니 알레르기였다”는 사례가 잦아지는 시기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런 증상을 단순한 환절기 감기로 여기고 넘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꽃가루 시즌 전인 늦겨울·초봄에도 미세먼지와 황사, 실내 먼지·반려동물 털에 의해 알레르기 비염·결막염이 서서히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3월 이후 참나무·자작나무 등에서 날리는 꽃가루까지 더해지면 증상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들 나무는 바람에 꽃가루를 실어 보내는 ‘풍매화’로, 개나리·벚꽃보다 알레르기와 훨씬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레르기는 본래 해롭지 않은 꽃가루·먼지를 몸의 면역체계가 ‘적’으로 착각하면서 발생한다.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에게 항원이 들어오면 히스타민 등 염증 물질이 분비돼 코 점막이 붓고 맑은 콧물이 흐르며 재채기, 코·눈 가려움이 나타난다. 이 반응이 해마다 되풀이되면 코·눈·기관지에 만성 염증이 자리 잡아 수면의 질과 집중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감기와 가장 다른 점은 ‘패턴’이다. 감기는 발열·몸살·인후통이 동반되고 보통 1주일가량 지나면 호전된다. 반면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계절이나 바람이 강하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마다 비슷한 양상의 증상이 반복되고, 코·눈 가려움과 연속 재채기가 두드러진다. 열은 없는데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매년 이맘때만 증상이 심해진다면 감기보다 알레르기를 먼저 의심해야 한다.

관리의 핵심은 원인 물질에 대한 ‘노출 최소화’다.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지금부터는 바람 강한 날 장시간 야외 활동을 피하고, 외출 시 KF 마스크와 안경으로 코·입·눈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이 좋다. 귀가 후에는 겉옷을 집 안에서 털지 말고 현관에서 바로 벗어 세탁하거나 따로 보관하고, 샤워·세안으로 피부와 머리카락에 묻은 먼지·꽃가루를 씻어내야 한다. 실내에서는 온도 18~22도, 습도 40~50% 유지, 침구 주 1회 이상 세탁, 자주 물걸레질을 해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는 경구 항히스타민제와 비강용 스테로이드 분무제가 기본이다. 다만 코막힘을 빠르게 줄여주는 혈관수축 비강 스프레이를 며칠 이상 계속 사용할 경우 오히려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눈이 가려울 때는 손으로 비비지 말고 인공눈물과 냉찜질을 이용해야 결막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봄철 알레르기는 피할 수 없는 계절병이 아니라, 원인과 패턴만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한파가 물러가고 기온이 오르는 지금 시점부터 미리 환경을 정비하고,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면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덜 괴로운 봄’을 맞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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