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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 퍼블리싱 '동상이몽', 대가는 이용자 몫

이학범 기자
웹젠 ‘드래곤소드’. [사진=웹젠]
웹젠 ‘드래곤소드’. [사진=웹젠]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같은 게임을 준비하면서도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계산법은 종종 다르다. 문제는 그 동상이몽이 균열로 번질 때, 계약서 밖에 있는 이용자만 상처를 입는다는 점이다.

최근 웹젠과 하운드13의 '드래곤소드' 분쟁은 이를 다시 보여준다. 양측은 선지급 계약금(MG) 지급과 추가 투자 조건을 두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하운드13은 웹젠의 MG 잔금 미지급이 경영난의 단초가 됐다며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웹젠은 이례적으로 출시 전 MG를 일부 지급했고 추가 운영자금 투자도 논의해왔다고 반박한다.

사실관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분쟁의 진위와 무관하게 이용자 입장에서 서비스 불안은 이미 현실이 됐다. 결제 기능이 중단되고 출시 직후 전액 환불이 발표되는 상황에서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가디스오더' 사례도 결은 다르지만 결론은 닮아 있다. 당시 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자금 사정 문제로 퍼블리셔에 이후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개발사의 통보에 카카오게임즈는 해당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결제액을 환불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에겐 "하던 게임이 흔들린다"는 불안을 남겼다.

갈등의 배경은 다르지만 기업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이용자가 쌓아온 시간과 애정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용자들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환불은 이용자들의 금전적 손실을 메워주는 조치일 수는 있어도 서비스가 중단되며 생긴 신뢰의 균열까지 복구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분쟁의 반복은 국내 게임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잠식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게임들에 누가 마음을 붙이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개별 게임의 서비스 중단을 넘어 국내 게임 서비스 전반의 지속 가능성까지 의심하는 시선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 퍼블리싱은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역할을 나눠 성공 확률을 높이는 협업 모델이다. 그러나 각자의 이익만 앞세운 동상이몽이 반복되면 이용자 신뢰라는 무형 자산은 계속 깎여갈 수밖에 없다.

지금 게임업계에 필요한 건 계약 관행과 분쟁 대응 원칙을 점검하는 일이다. 최소한 서비스 중단 리스크와 책임 범위에 대해 이용자가 사전에 알 수 있는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학범 기자
ethic95@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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